인천, 대한민국
회의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았을 때,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알림이 떠 있었다. 제목만 보고도 무슨 메일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열지 못하고 한참 그 알림을 바라보다가, 옆자리 과장님이 커피를 가지러 일어난 틈에 조용히 클릭했다.
최종 합격.
파견 국가: 파라과이.
파견 기간: 1년. (1년 연장 가능)
출국 예정일: 12월 셋째 주.
지원서를 낸 건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입사 1년, 매일 똑같은 엑셀 파일과 똑같은 회의 속에서 나는 자꾸만 다른 곳의 공기를 생각했다. 라파스의 밤공기, 아이들의 조잘거림, 서툰 스페인어로 하루를 버티던 그 때가 자꾸만 떠올랐다. 공고를 본 날 밤, 나는 오래 망설이다가 지원서를 썼다. 붙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 가던 날까지도 그랬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성현 씨를 만났다.
모니터 속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보면서 기뻤다. 분명히 기뻤다. 그런데 그 기쁨 바로 뒤에,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주 토요일 오후, 성현씨와는 연남동의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찾아 둔 곳이었다. 골목 안쪽, 간판도 작아서 몇 번이나 지나칠 뻔한 가게. 창가 자리에 앉자 11월의 비스듬한 햇살이 나무 테이블 위로 길게 들어왔다. 그는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직원에게 원두 산지를 몇 가지 묻고는 핸드드립 두 잔을 주문했다. 바 너머에서 바리스타가 종이 필터를 접고, 원두를 붓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돌려 부었다. 잠시 후 커피가 나왔다. 나는 두 손으로 잔을 감싸 쥐고, 김이 피어오르는 걸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성현 씨, 저 할 얘기 있어요.”
그는 잔을 입에 가져가다 말고 나를 보았다. 뜸을 들이는 나를 조용히 지켜보는 그였다.
“저… 파견 붙었어요. 파라과이. 1년이에요.”
말하는 동안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컵 속의 커피만 보고 있었다. 여름에 지원했다는 것, 그때는 성현 씨를 만나기 전이었다는 것, 붙을 줄 몰랐다는 것, 그래도 가고 싶다는 것. 내 꿈이기도 했다는 걸. 두서없이 말이 이어졌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잔을 받침 위에 내려놓은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골목으로 떨어지는 오후 햇살이 그의 옆얼굴을 비췄다.
“언제 가요?”
“12월이요.”
“한 달 남았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숨을 참고 기다렸다. 무슨 말이 나와도 괜찮다고,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그가 가지 말라고 해도, 그렇다면 여기까지만 하자고 해도,...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잘됐다.”
“…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