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이파타 (2019년 7월)

산타크루즈, 볼리비아

by한서



비행기가 산타크루즈에 내려앉자, 공기가 달라졌다.


트랩을 내려서는 순간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덮었다. 라파스의 마르고 날카로운 공기에 익숙해진 폐가 갑자기 무거워진 것 같았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가슴이 끝까지 부풀었다. 해발 사천 미터의 공항에서 탄 비행기가 한 시간 만에 나를 사백 미터의 땅에 내려놓았다. 이 나라에서 2년 가까이 살았는데, 나는 여전히 숨이 이렇게 쉬워도 되는 곳이 있다는 게 낯설었다.

7월이었다. 학교는 겨울방학에 들어갔고, 나에게는 열흘의 휴가가 있었다. 학원 친구들은 페루 쿠스코로 간다고 했고, 수아는 같이 우유니에 가자고 했다. 나는 가고 싶은 곳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어딘데?”

“사마이파타.”

“사마이파타? 거기 뭐 있는데. 우유니 가자, 응? 이번에 우기 끝나서 소금 사막 완전 하얗대. 나 혼자 가기 싫단 말이야.”

수아는 내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한 번 거절하면 두 번 조르고, 두 번 거절하면 세 번 조르는 게 수아였다. 사진 찍어 주겠다, 숙소도 자기가 알아보겠다, 버스표도 자기가 끊겠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 우유니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잖아.”

“세 번째는 또 다르지!”

“수아야, 미안. 이번엔 진짜 거기 가 보고 싶어.”

수아는 입을 삐죽 내밀고 한참 나를 노려보다가,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미안하다고, 나는 한 번 더 말했다. 수아는 됐다며 손을 휘저었지만, 돌아가는 뒷모습이 조금 서운해 보였다.

“근데 사마이파타는 왜? 거기 아는 사람 있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한서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던 '나', 그리고 새로운 '나'를 씁니다.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글을 씁니다. 동물과 여행, 바카라과 음악을 사랑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5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LINE (2021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