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크루즈, 볼리비아
트랩을 내려서는 순간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덮었다. 라파스의 마르고 날카로운 공기에 익숙해진 폐가 갑자기 무거워진 것 같았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가슴이 끝까지 부풀었다. 해발 사천 미터의 공항에서 탄 비행기가 한 시간 만에 나를 사백 미터의 땅에 내려놓았다. 이 나라에서 2년 가까이 살았는데, 나는 여전히 숨이 이렇게 쉬워도 되는 곳이 있다는 게 낯설었다.
7월이었다. 학교는 겨울방학에 들어갔고, 나에게는 열흘의 휴가가 있었다. 학원 친구들은 페루 쿠스코로 간다고 했고, 수아는 같이 우유니에 가자고 했다. 나는 가고 싶은 곳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어딘데?”
“사마이파타.”
“사마이파타? 거기 뭐 있는데. 우유니 가자, 응? 이번에 우기 끝나서 소금 사막 완전 하얗대. 나 혼자 가기 싫단 말이야.”
수아는 내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한 번 거절하면 두 번 조르고, 두 번 거절하면 세 번 조르는 게 수아였다. 사진 찍어 주겠다, 숙소도 자기가 알아보겠다, 버스표도 자기가 끊겠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 우유니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잖아.”
“세 번째는 또 다르지!”
“수아야, 미안. 이번엔 진짜 거기 가 보고 싶어.”
수아는 입을 삐죽 내밀고 한참 나를 노려보다가,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미안하다고, 나는 한 번 더 말했다. 수아는 됐다며 손을 휘저었지만, 돌아가는 뒷모습이 조금 서운해 보였다.
“근데 사마이파타는 왜? 거기 아는 사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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