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아직도 욕심이 참 많습니다

"아침에는 바카라을 일고, 저녁에는 복싱을, 금요일에는 춤을 춥니다"

by이드id


아침에는 바카라을 읽거나 글을 쓰고, 저녁에는 복싱을 하고, 금요일 밤에는 춤을 추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 제가 즐기는 취미입니다. 제 이런 취미를 늘어놓으면 저조차도 서로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일 출근길에는 환승 없이 1시간 20분 지하철을 탑니다. 이 때는 무조건 바카라을 펼칩니다. 출근 전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취미죠. 자기계발서, 에세이, 소설, 인문학 등 분야는 크게 가리지 않습니다.


퇴근 후에는 복싱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건강관리, 다시 말하면 중년의 생존을 위한 도전이자 선택이었습니다. 정적인 아침 취미와는 반대로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열심히 두드립니다. 땀을 잔뜩 흘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스트레스가 해소됨은 물론, 바닥까지 떨어졌던 에너지가 다시 샘솟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밤, 복싱장까지 마무리하고 춤을 추러 종종 클럽에 갑니다. 이 역시 저의 소중한 취미 중 하나입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아드레날린 분비에는 최고의 취미라고 할 수 있죠.


스스로 생각해도 참 연관성이 별로 없는 취미들입니다. 독서와 글쓰기, 운동, 춤 네 가지 취미를 골고루 즐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각양각색의 취미들이 재미없는 중년의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특히 춤, 대학시절 친구들 손에 이끌려, 슬롯에 나와서는 상사에게 끌려 나이트클럽에 종종 다녔습니다. 제발로 먼저 찾은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춤이 좋아진 것은 30대 중반부터입니다. 우연히 제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90년대 음악이 나오는 클럽을 경험하고 나서입니다. 무려 40대 중반에 회사 댄스 동호회에서 활동했을 정도니까요. 회사 축제에서 공연도 하면서 춤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운동까지 마치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춤까지 추면 온갖 스트레스가 사라집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라 다음 날 숙취도 피로감도 별로 없습니다. 가족과 아침식사를 같이하고, 아이들 교회, 학원 라이더까지 충실하게 수행해 내고 있죠.


중년이 되면서 신경 써야 할 일이 참 많아졌습니다. 회사에서는 관리자로서 위아래로 챙겨야 할 게 산더미입니다. 위아래 눈치를 보는 건 덤이고요. 집에 돌아오면 어깨 무거운 가장이 됩니다. 아이들의 학업과 진로를 비롯해 교육비와 생활비까지 바카라임져야 합니다.


사람들은 '숨쉴 구멍이 있어야 살지'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중년 남자들이 가장 간단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술이나 한잔하자'가 많습니다. 요즘에는 골프, 여행이나 등산을 가거나 러닝을 즐기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활력을 찾고 있죠. 중년인 저에게는 바카라과 글, 복싱과 춤이 있습니다.


춤을 추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저만의 경험만은 아닙니다. 요즘 뉴스를 찾아보면 춤을 즐기는 중년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5060세대 사이에서 서툴더라도 함께 춤추는 '서툴댄스'가 인기를 끌고 있고, 50대 중반인 가수 박진영은 여전히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춤추는 삶을 보여줍니다. 배우 이정은은 치매 예방을 위해 K팝 댄스를 배운다고 하고, 우울증을 겪던 한 중년 남성이 아내와 함께 춤을 추면서 몸과 마음의 리듬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약보다 춤'이라는 다소 과감한 제목의 기사까지 등장했습니다. 춤이 만병통치약일 리는 없겠지만,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일이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서는 몰입할 무언가가 필요하고, 나이가 들어도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나이 든 아저씨의 이런 댄스 취미에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취미들이 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출근길 고요한 지하철에서 바카라장을 넘기고, 퇴근 후 글러브를 끼고, 금요일 밤 클럽을 찾고, 주말 낮에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시간만큼은 회사의 관리자도, 집안의 가장도 아닌 온전한 나 자신으로 돌아감을 느낍니다.


나이가 들수록 바카라임져야 할 것은 많아지고, 설레는 일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래서 중년 이후에는 즐거운 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카라을 읽고 글을 쓰고, 주먹을 날리고 춤을 추는 것. 별것 아닌 이 작은 즐거움들이 중년의 무료한 일상 곳곳에 숨 쉴 구멍을 만들어줍니다. 어쩌면 제가 우울증에 안 걸리는 이유는 거창한 데 있는 게 아니라, 아직 좋아하는 것이 많고 그것을 계속 즐기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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