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을 좋아하지만, CCM을 듣습니다

"클럽 음악에는 활력이, CCM에는 평온함이 담겼습니다"

by이드id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아내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교회라 아이들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이 많다는 이유에서였죠. 아이들은 예배도 드리고, 성가대 활동도 하고, 어와나 올림픽(전국 기독교 체육대회), 합창대회, 수련회 등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난데없는 코로나19가 터져 자연스레 교회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었고, 언제 교회에 다녔냐는 듯 가족의 일요일은 저마다의 일상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중3 딸내미가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교회는 이제 머나먼 옛 일,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이사를 와서 교회가 꽤 멀어졌는데도 딸아이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요"라고 답했습니다. "죄 많이 지었어?"라고 농담 삼아 물었지만, 속으로는 '친구들 만나러 가겠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함께 교회에 다니던 친한 친구가 부모님 때문에 교회를 옮겼는데도 딸아이는 혼자 교회에 갔습니다. 그러면서 수시로 엄마를 꼬셨습니다. "엄마도 같이 가면 좋겠어요"라고. 아내는 "나중에…"라며 얼렁뚱땅 스리슬쩍 피했죠. 다시 적응한 일요일의 편안함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러다 집요한 딸아이의 요청에 "내년부터 다닐게"라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내년은 순식간에 찾아왔습니다. 아내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딸아이는 한발 더 나아가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싶어했고, 기회가 생겨 서브 반주로 시작해 메인 반주까지 맡았습니다. 토요일마다 피아노를 연습하러 교회에 가고, 학교도 자주 지각하는 애가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회에도 나갔습니다.


어느 주말, 딸이 다니는 교회 50주년 찬양대회가 열렸습니다. 반주를 맡은 딸에게 초대받아 두 시간 정도 어색한 표정으로 교회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 울려 퍼지는 노래들이 90년대 즐겨 듣던 가요만큼이나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기독교 중고등학교에 다니며 좋아했던 복음성가와 찬송가가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시험 감독으로 들어온 3학년 문학 선생님과 친해져 오전 자율학습 시간에 진행하는 기도회에 나갔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의 방언 터진 모습에 놀라 기도회에 발길을 끊었지만, 복음성가만큼은 신나게 부르며 즐겼던 기억은 또렷합니다.


불현듯 즐겁게 노래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찬양대회에서 선보이는 노래가 참 좋아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때부터 멜론에서 딸아이가 반주한 곡들부터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화음과 멜로디가 마음에 안정을 주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교회에서 들었던 곡들과 딸에게 추천받은 CCM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자주 듣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도움이 되는 기분입니다.


심지어는 토요일에 아내를 따라 CCM 가수 공연을 보러 간 적도 있습니다.


'내가 토요일에 교회에 나가다니…'


스스로도 어울리지 않는 제 모습에 적잖히 놀랐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교회에 있는 동안 심박수가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스마트 워치 기준, 평소 안정적일 때 심박수는 분당 64~74회 정도 왔다 갔다 한다.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도 74회 정도입니다. 대체로 61~77회 사이에 머뭅니다. 교회에서 재미 삼아 눌러본 측정에서 53이라는 놀라운 숫자가 나왔습니다.


음악을 두고 합법적인 마약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불금에 종종 클럽에 갑니다. (댄스동우회 출신 온라인 게임인입니다) 학창 시절 즐겨 듣던 음악을 신나게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추면 스트레스가 싸악 사라집니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둘 더 저에게 도움이 되는 음악임이 틀림없습니다.


전날 클럽에 함께 다녀온 친구에게 다음 날 교회에 갔다고 말했습니다.


"어제는 클럽에서 춤추고, 오늘은 교회라니. 니 의식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


저도 제 의식의 흐름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클럽 음악도 좋고, 춤도 좋고, CCM도 좋습니다.


"이 정도면 아빠도 이제 교회 나오셔야 되는 거 아녜요?"

"아빠는 아직 일요일에는 쉬고 싶어."


CCM은 좋지만 교회는 안 다닙니다. 중년 온라인 게임인은 일요일 오전의 휴식을 아직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CCM은 여전히 저에게 평온함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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