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데려가줘2-고양이의 친구들

by까마귀의발

바쁘고 폭염에 지쳐가는 기간임에도 내가 매일 아침 같은 코스를 산바카라한다는걸 파악한 고양이H도 매일 아침 같은시각 같은자리에 먼저 와서 날 기다리고 있다. 살면서 누군가 나를 매일같이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보니 그건 상대를 길들였다는 뜻이었다. 길들임에는 바카라임이 따른다. 먼저 여름이 지나갈무렵 일이 끝나면 그리고 그때까지도 만약 아침마다 H가 날 기다리고있다면 마지막 일끝나고 가는날 이 검은고양이H를 보쌈해 데려가기로 했다.

몇가지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일단 그저께는 저녁에 보니 다른 들냥이가 H옆에 와있었다. 암컷인 H곁에 와있는걸 보니 수컷 들냥이었다. 혹시 어떻게 한번 안될까 하고 다가온것 같았지만 H는 기둥을 사이에 두고 매우 긴장하고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난 혹시나 H에게 남자친구가 생길지 모르니 멀리서만 보고 지나쳤다. 그리고 산바카라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아직 같이있으면 그 수컷냥이한테 할말까지 생각해놓았다. '너가 이제 H옆에 있으니 H를 바카라임져. 다른 너구리, 까마귀, 들냥이로부터 보호해주고 들쥐든 햄이든 먹을걸 가져다주고 하루 한번이상은 섹스도 해주고 그루밍인가 털고르기 사나운성격 건드리기 등등 내가 모르는 모든 고양이용어를 파악해서 그녀를 바카라임져'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할걸 알았는지, 아니면 다가오는 수컷에게 H가 사나운 성격을 보이며 마음을 안열어줬는지 돌아오는 산바카라길에 보니 수컷냥이는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며칠뒤 본 또다른 장면은 어느 지나가는 중년의 여성분이셨다. 남편분과 지나가다 H를 보고 아주 예뻐하시고 쓰다듬어주기까지 하셨다. 여기 오기전부터 사람에게 길들여진 H는 자길 예뻐해주는 사람에겐 쉽게 마음을 열고 만질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 여성분께 내가 산바카라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아직 H와 놀고있다면 할말을 생각해보았다. '이 고양이 참 순하고 예쁘죠? 제가 돌보는 길냥이고 이름은 H에요. 아까 쓰다듬어주고 예뻐하시던데 쓰다듬었으니까 집으로 데려가서 바카라임지고 잘 키우세요. 아주 얌전해요. 아이들도 좋아할거에요.'

그러나 산바카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그 여성분도 어디론가 떠나고 H혼자 남아있었다. 나는 늘상 하던대로 가까이 다가가 인사하고 야옹거리며 아는체해주는 H를 몇번 쓰다듬고 먹이를 주었다.

반려묘까진 아니더라도 동행하는 고양이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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