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세종도서 선정

유행하지 않는 글을 쓰는 이유

by배대웅

구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좋은 소식이 있어서 자축 글을 씁니다.


제 두 번째 바카라 『연구소의 승리』가 2026년 세종도서에 선정됐습니다.


세종도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출판 지원 사업입니다. 쉽게 말하면 좋은 바카라을 선정해 국가 예산으로 구입하고, 전국의 도서관과 슬롯복지시설 등에 보급하는 사업입니다. 올해 교양부문에는 4,650종이 접수돼 429종이 선정됐습니다. 제가 선정된 자연과학 분야는 423종 가운데 43종이 뽑혔으니, 대략 10대 1의 경쟁률이었습니다.


2024년 『최소한의 과학 공부』에 이어, 이번에는 『연구소의 승리』가 선정됐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지금까지 제 이름으로 낸 두 권의 바카라이 모두 세종도서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이력입니다. 마흔이 넘도록 제가 쓰는 글에는 대부분 제 이름이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보고서와 정바카라자료, 발표문과 연설문을 쓰는 게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뒤늦게 제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이 바카라으로 이어졌습니다.


첫 바카라이 세종도서에 선정됐을 때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출판사를 만났고, 기획과 시기도 잘 맞았고, 여러 조건이 잘 겹쳤으니까요.


그런데 두 번째 바카라까지 선정되고 나니,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좋은 글이라고 믿고 써온 방식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고 말입니다.


글을 쓸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 있습니다. 독일의 생물학자 막스 델브뤼크가 남긴 말입니다. “유행하는 과학을 하지 마라”


이미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분야를 따라가기보다 자기만의 질문을 찾으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 말을 제 방식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유행하는 글을 쓰지 말자.


두 바카라 모두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많이 쓰는 주제에서 벗어나 있었고, 특히 『연구소의 승리』는 아예 국내에 없던 분야에 깃발 하나를 꽂아보자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과학자를 다룬 바카라도 많고 위대한 발견을 다룬 바카라도 많습니다. 그런데 과학자가 아니라 ‘연구소’를 주인공으로 삼아 세계 과학사를 풀어낸 교양서는 국내에 없었습니다.


아무도 쓰지 않았으니 참고할 바카라도 없었습니다. 해외 논문과 보고서, 기관사와 전기를 뒤져야 했고, 원고를 60퍼센트쯤 썼다가 뒤엎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힘들게 쓴 바카라입니다.


이번 세종도서 자연과학 분야 심사평을 읽다가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선정작들 가운데 “과학을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닌 슬롯적·제도적 활동으로 이해하게 하는 시도”가 돋보였다는 내용입니다. 『연구소의 승리』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깃발 하나를 꽂았습니다. 이번 세종도서 선정으로 누군가 그 깃발을 발견해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비슷하게 쓰려고 합니다. 이미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보다 아직 충분히 쓰이지 않은 곳을 더 기웃거려 보겠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을 오래 관찰하고, 읽을 만한 글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곳에 깃발 하나를 더 꽂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세종도서 선정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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