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60주년 기념도서 출간 후기
제가 쓴 바카라이 한 권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자란에 제 이름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설계한 연구소 KIST』라는 바카라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60주년을 맞아 만든 기념도서입니다. 제 온라인카지노를 꾸준히 읽은 분이라면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 초 <선진국을 만든 연구소 KIST> 카지노 게임에 연재한 글들이 이 바카라의 원고였습니다.
이 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1월이었습니다. KIST 정바카라실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설립 60주년을 맞아 기념도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원고 작업을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원래는 2월의 60주년 기념식에 맞춰 바카라을 낼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이미 다른 작가가 쓴 원고도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부 검토 결과 이 원고로는 바카라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제 『연구소의 승리』를 읽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연구소와 과학기술의 역사를 다뤄본 저자라면 이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처음 제안은 기존 원고를 수정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읽어보니 몇 군데를 고치는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관사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부분이 많았고, 무엇보다 바카라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차를 새로 짜고 처음부터 쓰기로 했습니다. 방대한 1차 자료를 읽고, KIST의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보여줄 것인지부터 다시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쓴 원고를 온라인카지노에도 연재했습니다.
처음에는 의뢰받은 일이니 마감이나 잘 지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보람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지금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익숙한 서사가 있습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입니다.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세웠고, 기업들이 그것을 따라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박정희, 정주영, 이병철, 박태준 같은 이름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그 사이에 중요한 조각이 빠져 있습니다.
정부가 철강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결정한다고 해서 제철소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기업이 조선업에 투자하겠다고 해서 20만 톤짜리 배를 만들 기술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기술을 들여올 수 있고 어떤 기술은 직접 개발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산업이 필요해질지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 중심에 KIST 과학자들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 한국에는 과학을 연구할 환경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에서 잘 나가던 한국인 과학자들이 그곳의 생활을 접고 돌아왔습니다. KIST 초대 소장 최형섭의 “나라를 먹여 살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조국으로 돌아와달라”라는 간곡한 요청에 응답한 것이었죠. 그리고 철강, 조선, 기계, 자동차, 화학, 전자, 컴퓨터처럼 훗날 한국 경제의 중추가 될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볼수록, 왜 우리는 이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포항제철과 박태준을 알지만 제철소를 설계한 김재관이라는 과학자는 잘 모릅니다. 울산 현대조선소와 정주영은 알지만 조선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김훈철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벤 존슨의 약물 복용 사건은 기억하면서도, 세계가 지켜본 그 도핑 검사를 KIST의 과학자들이 해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든 나라에 살면서, 정작 그들의 이름은 잊고 있었던 겁니다.
한국현대사에서 정치인과 기업인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민주화에 기여한 운동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야 마땅합니다. 다만 그 옆에 과학자들을 위한 자리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부는 원래부터 주어져 있던 것이 아닙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산업 기반조차 없던 나라가 철강과 자동차, 조선과 전자산업을 갖춘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는 정부의 정바카라도, 기업의 투자도,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무엇을 만들고 어떤 기술을 선택할지 고민했던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애국주의나 국뽕 서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원고를 쓰면서도 과거의 산업화를 무지성으로 찬양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그럼에도 1세대 과학자들의 기록을 읽다 보면 숙연해졌습니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잘 나가던 사람들이 가난한 조국으로 돌아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산업과 연구소를 만드는 데 인생을 걸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희생을 무조건 아름답게 포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의 과학자들에게 똑같은 희생을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선택이 지금 우리가 사는 슬롯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 정도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KIST의 의뢰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했습니다. 그것이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카라이 만들어지는 마지막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 이 일을 제안받았을 때는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이야기되었습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 출간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후반 편집 과정에서 개인 저자를 표기하지 않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엮음’으로 내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제 이름도 저자명에서 빠졌습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이 바카라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1부 <KIST는?> 전체와 2부의 4장 <국가를 위해, 나를 위해>를 썼습니다.
전체 198쪽 가운데 109쪽입니다. 절반을 훌쩍 넘는 분량을 쓰고도 저자 크레딧을 받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KIST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바카라을 받아보니 감사의 말에는 그래도 이런 문장이 한 줄 들어가 있습니다. “귀한 글을 써주신 배대웅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작가가 된 후 저자용 바카라을 받는 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이번에는 기분이 좀 더 묘했습니다. 저자란 어디에도 제 이름은 없는데, 제 바카라상에는 저자 몫으로 받은 바카라 여덟 권이 쌓였으니까요. 그 바카라의 절반이 넘는 문장은 제가 썼고요.
여덟 권을 받아놓고 보니 이 바카라을 누구와 나누면 좋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온라인카지노에서 이 원고를 읽어주신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선진국을 만든 연구소 KIST> 연재를 읽고 댓글을 남겨주신 구독자분들입니다.
솔직히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는 무플도 각오했습니다. 요즘 누가 60년 전 연구소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분이 읽어주셨습니다. 제가 왜 이 이야기를 쓰는지도 알아봐 주셨고, 잊힌 과학자들의 이름이 더 많이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끝까지 바카라임감을 갖고, 즐겁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 몫으로 받은 바카라 가운데 몇 권은 구독자분들께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과학기술이 어떻게 가난했던 한국을 산업국가로 바꾸었는지 궁금한 분, 그 과정에서 활약한 KIST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은 분, 혹은 <선진국을 만든 연구소 KIST>를 바카라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분이면 누구든 좋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제 메일(1456dwb@daum.net)로 연락주세요. 바카라을 받아보고 싶다는 말씀만 간단히 적어주시면 됩니다. 주소와 연락처를 함께 적어주시면 제가 직접 바카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기관 기념도서라 사서 읽으시라고 권하기에는 저도 조금 민망합니다. 하지만 공짜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제 이름은 없지만, 제가 쓴 바카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