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업실을 소개합니다

by배대웅

저는 온라인카지노를 작업실로 씁니다.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는 단순한 작업실은 아닙니다. 과학을 읽다가 축구를 만나고, 축구를 읽다가 하루키를 만나고, 하루키를 읽다가 갑자기 독일의 연구소로 들어갑니다. 정치철학을 따라가다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 도착하는 일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가끔 길을 잃습니다.


온라인카지노를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쓰고 싶은 글을 하나씩 쓰다 보니 방이 늘었고, 복도가 생겼고, 어디에 쓰는지도 모를 문이 하나둘 달렸습니다. 방문객이 무엇을 찾을지보다 제가 다음에 무엇을 만들지가 먼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6년이 지나서는 작업실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인테리어도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카지노에 새로운 기능이 생겨도 그때마다 리모델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작업실은 작업 방식이 바뀔 때 고치는 곳이지, 트렌드를 따라서 바꾸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온라인카지노 운영 매뉴얼을 읽고 만든 공간이 아닙니다.


오늘은 제 온라인카지노를 한번 구경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평면도는 작업실 기준입니다. 글은 작업대에서 만들어지고, 아카이브에 쌓입니다. 그 가운데 일부는 바카라이 되어 전시 공간으로 옮겨지고, 마지막에는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 작업실은 대략 이런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가장 먼저 작업대부터 가보겠습니다.


작업대


이 작업실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온라인카지노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곳에 올라오는 모든 글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작업대에는 컴퓨터 한 대와 바카라들이 있습니다. 바카라장에도 바카라이 꽂혀 있고, 바카라상 위에도 바카라이 놓여 있고, 의자 옆 바닥에도 바카라이 쌓여 있습니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지식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배치'라고 우기면 조금 있어 보입니다.


분야는 제멋대로입니다. 과학사, 슬롯학, 정치학, 세계사, 글쓰기 바카라이 섞여 있습니다. 그 사이에 하루키와 만화바카라도 끼어 있습니다. 여기서 바카라을 읽고, 자료를 찾고, 문장을 씁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글은 드뭅니다. 주제 하나를 붙잡고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 생각과 전혀 다른 곳에 닿기도 합니다. 과학 이야기를 쓰려다 정치가 나오고, 축구 이야기를 하려다 조직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작업대에는 ‘온라인카지노용 글’이라는 서랍이 없습니다.


바카라에 들어갈 글은 공들여 쓰고, 온라인카지노에만 남을 글은 적당히 쓰는 구분도 없습니다. 어떤 글은 처음부터 바카라의 원고로 쓰지만, 어떤 글은 바카라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연구소에서 회의를 하다가 떠오른 문제도 있고, 30년 전에 들었던 노래 한 소절에서 시작한 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작업대에 올라온 뒤에는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자료를 확인하고, 논리를 세우고, 문장을 고칩니다. 읽다가 어딘가 걸리면 다시 씁니다. 한 문단이 앞뒤 문단 사이에서 할 일이 없으면 뺍니다. 쓰고 싶은 말이 많더라도 글의 중심을 흐리면 버립니다. 글쓴이에게 아까운 문장과 독자에게 필요한 문장은 많은 경우 다릅니다. 그럴 때는 독자 쪽을 택합니다. 문장은 쓴 사람의 애착이 아니라, 글 안에서 맡은 기능으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글이 작업대를 떠나서 발행되는 기준도 같습니다. 바카라이 될 만큼 단단한가. 돈을 받고 팔아도 부끄럽지 않은가.


실제로 돈을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작업실에 놓인 글은 모두 무료입니다. 하지만 무료라는 이유로 기준까지 낮추지는 않습니다. 독자는 돈 대신 시간을 냅니다. 짧게는 몇 분, 긴 글에는 십여 분을 씁니다. 그 시간은 환불도 안 됩니다. 그러니 적어도 허술한 글을 내놓고 “공짜니까 이해해 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바카라이 될 수준이라는 말도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논지가 분명하고, 적확한 근거가 있으며, 문장과 구성이 자기 역할을 다한 상태를 말합니다. 완벽하다는 확신은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대신 여기서 더 고치더라도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겠다는 판단이 들 때 발행합니다. 그 선을 넘지 못한 글은 작업대를 떠나지 못합니다. 몇 달씩 붙잡혀 있기도 하고, 그대로 실종되기도 합니다. 제 작업실에는 미제 사건이 많습니다.


글의 출발점은 늘 제가 좋아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입니다. 독자가 많이 찾는 주제를 먼저 고르지는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쓴 글은 대개 이 세상 어딘가에 이미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주제를 많은 사람이 좋아할 방식으로 쓰면 안전한 글은 나옵니다. 그러나 굳이 제가 쓸 이유는 줄어듭니다.


그래서 제 문제의식을 먼저 정합니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기존 설명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왜 이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지를 따집니다. 물론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고, 불필요한 표현을 덜어내고, 개념 사이의 길을 닦는 일은 독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다만 독자가 좋아할 만한 결론을 미리 세워두고 그쪽으로 글을 끌고 가지는 않습니다. 독자가 글의 목적이 되면 문장은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독자는 글이 제대로 완성된 뒤에 만나는 편이 낫습니다.


아카이브


작업대를 통과한 글은 아카이브로 옮겨집니다.


이곳은 도서관 자료실과 기능이 비슷합니다. 다만 정리는 잘되어 있지 않습니다. 과학 옆에 글쓰기가 있고, 슬롯민주주의 옆에 일본 록밴드가 있습니다. 하루키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막스플랑크협회를 들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분류 담당자를 잘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지만, 애초에 담당자가 저입니다.


여기에는 잘된 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읽으면 문장이 거칠게 느껴지는 글도 있고, 논리와 분석에 지나치게 힘을 준 글도 있습니다. 유난히 진지한 시절의 글 옆에는 별생각 없이 쓴 투정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벼운 투정이 역대 가장 많은 반응을 얻기도 합니다. 작업실 운영자는 시장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냥 씁니다.


아카이브에 들어갔다고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글도 종종 다시 꺼내서 다듬습니다. 어색한 문장을 고치기도 하고, 문단을 다시 짜기도 하고, 가끔은 글을 처음부터 새로 쓰기도 합니다. 발행은 끝이 아니라 중간 점검에 가깝습니다.


글쓰기는 한 편의 단판 승부가 아닙니다. 한 편을 잘 썼다고 갑자기 작가가 되지도 않고, 한 편을 망쳤다고 지금까지 쓴 글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축적입니다.


이 말은 조금 맥 빠집니다. 글을 잘 쓰는 비법이 "오래 쓰세요"라면, 유명 맛집의 비법이 “정성입니다”인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글은 생각보다 천천히 나아집니다. 몇 달 전 글과 비교해서는 차이를 알기 어렵습니다. 1년 전 글도 비슷할 겁니다. 이쯤 되면 과연 늘기는 하는 건가 싶습니다. 5년쯤 지나서 글을 펼쳐보면 그제야 보입니다. 문장이 덜 엉키고, 글의 중심이 더 굳건하고, 필요 없는 말을 덜 한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실력은 매일 늘지 않습니다. 매일 꾸준히 써온 것이 어느 날 차이로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온라인카지노를 피드보다 아카이브로 씁니다. 온라인카지노는 새 글을 앞에 놓고, 오래된 글을 뒤로 밀어냅니다. 다음 글을 계속 읽히게 만드는 것이 플랫폼의 일입니다. 이곳에서는 반대 방향의 일도 일어났으면 합니다. 오늘 쓴 글을 읽다가 3년 전 글로 건너가고, 거기서 또 다른 글을 꺼내 읽는 것. 최신 글의 반응보다 오래된 글의 생존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


아카이브에서는 장르보다 저자가 먼저 보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장르는 자꾸 바뀝니다. 한 분야의 전문 카지노 게임을 만들려 했다면 NBA와 고흐와 K팝을 한 구역에 넣지는 않았을 겁니다. 여기는 주제를 진열하는 쇼핑몰이 아니라 제가 무엇을 생각해왔는지 쌓아두는 곳입니다. 공통점은 분야가 아니라 관점입니다. 같은 사람이 오래 쓰면 서로 상관없어 보이던 글들도 결국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연결됩니다.


전시 공간


아카이브를 지나면 작은 전시 공간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이 작업실에서 출발해 바카라이 된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현재 두 권이 올라가 있고, 9월이면 한 권이 더 들어옵니다. 내년 초에는 또 한 권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자리가 모자라면 선반을 늘리면 됩니다. 이곳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아니므로 증축 절차도 간단합니다.


이곳 전시물들의 상당수는 처음부터 바카라을 목표로 시작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쓴 과학 이야기, 연구소에서 일하며 정리한 자료들, 글쓰기를 하면서 든 생각들을 먼저 온라인카지노에 올렸습니다. 그 글을 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더 크게 만들어보자”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첫 바카라도, 두 번째 바카라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계약한 바카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카지노에서는 출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구독자를 늘려야 하는지, 온라인카지노북을 만들어야 하는지, 출판사가 좋아할 소재를 골라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모두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순서가 바뀌면 곤란합니다. 출간 전략은 아직 쓰이지 않은 글을 바카라으로 바꿔주지 못합니다.


먼저 원고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만만하게 다루지 않고, 남들이 한 설명을 옮겨 적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내 관점으로 치밀하게 조직한 글이 쌓여야 합니다. 바카라의 윤곽은 대개 그 뒤에 나타납니다. 지도부터 완성해놓고 탐험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돌아다니다가 길을 발견하는 쪽입니다.


이곳에서 바카라은 작업의 출발점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입니다. 출판사는 아카이브에 쌓인 글 가운데 하나를 골라 더 큰 규모의 설계도를 제안합니다. 그러면 작업은 다시 시작됩니다. 흩어진 글을 한 권의 서사로 묶고, 빠진 부분을 채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들어냅니다. 편집자는 글을 읽는 첫 번째 외부 전문가가 됩니다. 혼자 쓸 때는 보이지 않던 구멍을 찾고, 독자가 어디에서 덮을지를 알려줍니다. 제목과 표지, 목차와 디자인까지 다른 사람들의 전문성이 더해집니다.


그러므로 전시된 바카라은 제 작업의 고도화된 형태이면서 협업의 결과입니다. 혼자 만든 글이 외부의 기술과 판단을 만나 상품이 된 것입니다. 이곳에 올려두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제가 어디까지 작업할 수 있는지를 가장 완성된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전시 공간의 글이 아카이브의 다른 글보다 높은 신분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바카라이 되었다는 사실이 글의 품질을 자동으로 보증하지도 않습니다. 요즘처럼 출간의 문턱이 낮아진 시대에는 바카라도 다시 글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여기 있는 글과 아카이브에 남은 글의 가장 큰 차이는 외부에서 손을 내밀었느냐입니다. 손을 잡은 뒤에는 훨씬 큰 작업이 시작되지만, 최초의 재료는 같은 작업대에서 나왔습니다. 바카라이 되지 않은 글도 같은 기준으로 썼고, 앞으로 바카라이 될 글도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업실에서 계속 제멋대로 쓸 생각입니다. 세계사나 문명사처럼 지금까지 쓴 바카라보다 훨씬 큰 문제도 다뤄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바카라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출판사의 판단은 출판사가 하면 됩니다. 제가 할 일은 그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누가 보든 말든 쓸 만한 글을 만드는 것입니다.


카페


마지막 공간은 작은 카페입니다.


작업실 안에 카페가 있다는 게 조금 뜬금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카페는 이 작업실을 방문한 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방문객들과 제가 대화를 나누는 곳입니다.


이 카페는 온라인카지노라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본사 운영 지침은 거의 따르지 않습니다. 멤버십 메뉴가 없고, 응원하기 결제창도 없습니다. 신메뉴가 나와도 그냥 그대로 갑니다. 이쯤 되면 본사에서 점검을 나올 법한데, 다행히 아직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형식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지만 운영은 동네 개인 카페에 가깝습니다. 메뉴도 주인이 먹고 싶은 대로 정합니다. 어제 과학을 내놓고 오늘 미술을 내놓습니다. 손님 취향을 분석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히 장사가 잘될 리 없습니다. 대신 단골이 조금 있습니다.


이 카페의 모든 메뉴는 무료입니다. 글에 값을 붙이지 않습니다. 제가 돈을 받지 않는 데에 특별한 도덕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은 바카라이라는 상품이 되었을 때 돈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온라인카지노는 작업하고 전시하고 대화하는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회사와 출판은 이미 충분히 계약과 숫자로 움직입니다. 이곳까지 계산서가 돌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이 카페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방문객들이 작업실을 구경하고 남겨주신 이야기, 즉 댓글입니다. 글을 읽은 사람이 자기 생각을 덧붙일 때, 혼자 끝냈던 작업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한 번 더 움직입니다. 제가 놓친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경험을 꺼내놓기도 합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들어옵니다. 그런 댓글을 읽으면 글을 발행한 뒤에도 생각할 일이 생깁니다. 온라인카지노를 공개된 작업실로 쓰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잘 읽었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도 좋습니다. 길게 쓴 반론도 좋고, 글과 조금 상관없는 자기 이야기도 좋습니다. 댓글에 정답 형식은 없습니다. 말을 걸고 싶을 때 걸면 됩니다. 조용히 읽고 나가도 괜찮습니다. 카페에 왔다고 주인과 반드시 대화해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요.


다만 말이 걸려오면 저는 최대한 제대로 답합니다.


댓글도 그 앞에 제 이름이 붙는 글입니다. 그래서 아무 글에나 붙일 수 있는 문장으로 답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읽었고, 어디에 동의했으며, 어떤 부분에서 생각이 갈리는지를 정확히 쓰려고 합니다. 반론에는 더 신경을 씁니다. 생각이 다를수록 상대의 말을 깊이 읽고, 제 입장을 더 정교하게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글에 댓글을 남겨주셨다고 제가 곧바로 그분의 작업실로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온라인카지노 프랜차이즈에서 흔히 통용되는 상도덕과는 다른 셈입니다. 대신 누구든 이 작업실 안에 들어와 남긴 말은 대충 읽고 지나치지 않습니다. 찾아가는 일과 답하는 일은 별개입니다. 전자는 관계의 의무가 되기 쉽고, 후자는 대화를 시작한 사람에 대한 바카라임입니다.


구독도 같은 이유로 많이 하지 않습니다. 제게 구독은 버튼 하나가 아니라 앞으로 그 사람의 글을 계속 읽겠다는 약속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읽고, 읽은 글에는 가능한 한 구체적인 말을 남깁니다.


플랫폼은 반응의 양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라이킷 몇 개, 댓글 몇 개, 구독자 몇 명. 숫자는 편리하지만, 그 안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저는 댓글 한 줄이 라이킷 열 개보다 항상 중요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라이킷도 반갑습니다. 다만 오래 남는 것은 보통 숫자보다 문장입니다. 이 카페가 붐비지 않아도 문을 열어두는 이유입니다.


다시 입구에서


여기까지 둘러보셨다면 작업실은 거의 다 보신 셈입니다.


작업대에서는 제가 쓰고 싶은 것을 최대한 제대로 만듭니다. 아카이브에는 잘된 글과 부족한 글을 구분하지 않고 쌓아둡니다. 그중 일부가 외부의 제안을 만나 바카라이 되면 전시 공간에 올립니다. 작업이 끝난 뒤에는 카페에 앉아 독자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동안 이 구조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물론 변화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글의 주제는 계속 바뀌었고, 바카라은 늘었으며,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작업대의 발행 기준은 그대로이고, 아카이브에는 여전히 온갖 장르가 뒤섞여 있으며, 카페에는 유료 메뉴가 없습니다.


이 정도면 운영 혁신에는 실패한 셈입니다.


그래도 작업은 계속됩니다. 쓰고, 고치고, 다시 읽습니다. 바카라은 따라오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댓글은 관계를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이어가는 일입니다.


이곳은 원래 조금 제멋대로입니다. 과학 다음에 음악과 미술이 나와도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루키 뒤에 연구소가 나오는 것도 정상 영업입니다. 어느 방으로 들어오셔도 결국 같은 작업실이었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글부터 읽어도 되고, 구석에 박힌 오래된 글을 꺼내도 됩니다. 카페에는 들어오지 않고 전시 공간만 보고 가셔도 됩니다. 사용법은 각자 정하면 됩니다.


운영자는 계속 작업대에 있을 겁니다. 길을 잃으면 그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아마 또 새 방을 하나 만들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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