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카지노로부터의 해탈

by배대웅

온라인카지노를 5년 넘게 하면서 좋기도 했지만 불만도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렇게 공들여 썼는데 반응이 이 정도라고?” 이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글 한 편을 쓰려고 며칠씩 자료를 뒤지고, 논리와 문장을 방망이 깎던 노인마냥 다듬는다. 특히 과학 글이 그렇다. 내가 쓰는 과학 글은 거의 논문과 에세이 사이 어디쯤의 노동 강도를 요구한다.


그런데 온라인카지노의 인기 글은 늘 비슷한 장르들만 넘쳐났다. 감성 에세이, 고통 서사, 퇴사 경험담, 자기 계발 등. 그런 글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쓰는 글보다는 훨씬 적은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도 분명해 보였다.


특히 메인 큐레이션에 불만이 컸다. 5년 동안 꼬박 글을 썼는데 메인 한 번 못 간다는 게 납득이 안 됐다. 내가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애초에 온라인카지노가 좋아하는 장르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태생적으로 거기서 배제된 사람 같았다.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역시 이 바닥에서는 양자역학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법이 더 중요한 세계관인가?”


나는 우주의 기원 이야기를 하는데, 온라인카지노 편집국은 대기업 퇴사 후 제주도 라이프에 더 관심이 많았다. 물론 시장은 언제나 인간의 감정 쪽으로 기운다. 그건 이해한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표준모형이나 암흑물질에도 관심 좀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이 감성만 채워서 이 험한 세상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런 기싸움을 오래 했다. 비유하자면 나는 온라인카지노라는 거대한 감성 공장에서 투쟁하는 부당 해고 노동자였다. 나는 내가 믿는 방식으로 ‘좋은 글’을 쓰고 있는데, 플랫폼은 다른 방향으로만 굴러가는 것 같고, 그 결과로 피해의식 비슷한 것도 생겼다. “나는 과학 글을 쓰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이게 지난 5년여 동안 온라인카지노를 하는 나의 가장 주된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람이란 역시 간사한 존재인가 보다. 요즘 들어 이런 내 생각도 달라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직접적인 동기는 이거다. 온라인카지노가 갑자기 내 글들을 메인에 올렸다는 것(…).


시작은 <자기만의 글쓰기 수업> 연재였다. 한두 달 사이에만 글 세 편이 메인에 걸렸다. 또 한 편은 온라인카지노 카톡 채널에도 실렸다. 그때만 해도 “역시 글쓰기 플랫폼이라 글쓰기 이야기를 좋아하나 보다. 이것들이 과학 글 쓸 때는 쌩까더니…”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모르면 미스터리, 알면 과학> 연재 글까지 메인에 올랐다. 얼래, 이것도 올려준다고? 이건 제목부터 온라인카지노에서 안 먹힐 글인데… 시간생물학이 번아웃 극복기를 뚫었다니. 그럼 내가 5년 동안 그렇게 빡쳐 했던 ‘과학 글 차별론’은 허상이었나…?


물론 지금도 온라인카지노에 장르 편향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느 플랫폼이나 마찬가지다. 알고리즘과 플랫폼 문화는 다수의 취향을 따라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온라인카지노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는 것.


다음 메인도 가봤고, 온라인카지노 메인도 가봤고, 카톡 채널도 타봤고, 구독자 급등 작가도 되어봤다. 온라인카지노북 출판 프로젝트 입상만 못 했는데, 솔직히 그건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출간하려고 하는 일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미 바카라을 냈고, 또 내고 있다. 그걸로 퉁치면 된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나도 온라인카지노의 성과지표를 알게 모르게 신경 쓰고 있었다. 메인에 걸리는지, 조회수가 얼마인지, 구독자가 늘었는지. 그러다 공들여 쓴 글이 묻히면, 나보다는 세상 탓을 하고 싶어졌다. 내 글은 충분히 좋은데 온라인카지노가 몰라준다고. 인간이 원래 그렇다. “나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대체로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가장 많이 한다.


나는 이제야 그 모든 걸 초월한 것 같다. 대단한 깨달음이 들어서가 아니다. 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니까 그렇게 되었다. 지금 구독자 수가 700명 대인데, 여기서 구독자가 확 늘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온라인카지노의 스타 작가가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이 별로 아쉽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된다. 굳이 플랫폼의 인정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출간도 이미 여러 번 했고, 아직 계약서를 쓰진 않았지만 출판사와 논의 중인 바카라들도 있다. 앞으로는 꼭 온라인카지노가 아니어도 바카라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온라인카지노를 대하는 마음도 달라짐을 느낀다. 이제는 정말로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쓰고 싶다. 물론 이전에도 쓰고 싶은 글을 썼다. 다만 그 무게가 훨씬 가벼워져도 괜찮을 것 같다. 과학이나 인문학 글도 계속 쓰겠지만, 아무말 대잔치나 덕후 냄새 풀풀 나는 글도 막 쓰고 싶다. 온라인카지노에서 반응이 있든 말든.


물론 온라인카지노를 완전히 사랑하게 된 건 아니다. 여전히 이곳 문화의 중심에는 ‘좋은 글 쓰기’보다 ‘출간 작가 되기’가 있다고 느낀다. 나는 그 경쟁적인 분위기가 피곤하다. 특히 맞구독 안 해주면 슬그머니 구독 끊는 빌런들, AI 소울리스 댓글을 아무렇지 않게 박는 댓글봇 삼대천왕을 보면 깊은 빡침이 밀려온다.


그래서 온라인카지노를 떠날 방법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요즘은 개인 뉴스레터 플랫폼도 많다. 해외에는 Substack 같은 곳도 있고, 아예 개인 홈페이지처럼 운영할 수 있는 Ghost 같은 서비스도 있다. 실제로 한동안은 “차라리 저기로 가서 내 독자들만 모아 조용히 쓰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플랫폼 눈치 안 보고, 메인 큐레이션 신경 안 쓰고, 정말 내 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만 연결된다는 게 좋아 보였다.


그런데 막상 한국어 기반 장문 생태계에서는 대안이 잘 안 보인다. 뉴스레터는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짧고 빠른 정보 소비 쪽에 치우친 듯하다. 온라인카지노처럼 긴 글을 읽고, 긴 댓글을 달고, 작가들끼리 서로 글을 찾아 읽는 문화는 희귀하다.


이건 해보면 안다. 인터넷에서는 다들 “긴 글 좋아한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세 줄 요약 안 해주면 욕한다. 그런데 온라인카지노에는 아직도 내가 몇 시간씩 공들여 쓴 과학 글을 끝까지 읽고, 거기에 자기 생각까지 덧붙여 댓글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 시대의 멸종위기종 같은 독자들이다.


그래서 아직 못 떠나고 있다. 싫다고 욕하면서도 계속 남아 있는 회사원처럼. 온라인카지노 욕은 온라인카지노에서 제일 많이 하면서도 또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당장은 온라인카지노를 가볍게 쓰는 게 잠정적인 답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메인에 걸리는지, 반응이 오는지를 은근히 의식했다. 이제는 온전히 내 생각의 아카이브로 쓰려고 한다.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르면 꺼내서 쓰고, 그걸 차곡차곡 쌓아두는 공간이면 된다. 물론 누군가 와서 읽어주면 좋다. 긴 댓글까지 달아주면 더 좋다. 하지만 그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읽히면 감사한 거고, 아니라면 내 바카라장에 바카라 한 권 더 꽂힌 셈 치면 된다. 가끔 마음 맞는 작가들과 떠들고, 좋은 글 발견하면 감탄하고, 또 내가 쓰고 싶은 글 쓰고.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플랫폼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건지도 모른다.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 실망하고, 반대로 완전히 냉소해버리면 남는 게 없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고,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가려내는 것. 그런 식으로 오래 쓰는 게 중요하다.


무언가를 완전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철저하게 미워하지도 않는 상태. 너무 큰 기대도, 너무 큰 분노도 없이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상태.


나는 온라인카지노 활동 5년여 만에 비로소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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