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 나는 나이가 들어간다.

자연은 우리에게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byWOODYK

겨울을 지나며 땅속 새싹들이 햇볕을 쬐러 밖으로 나와 봄의 향기를 내고, 벚꽃은 바람에 휘날리며 봄이 찾아오는 듯했다.


그런 시간은 잠시, 다시 푸르름과 더위를 갖고 여름이 곁으로 다가왔다. 자연은 그렇게 우리 곁에 때가 되면 찾아온다.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자신의 시간대에 자신의 자리로 찾아온다.


지나간 계절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절이 바뀌는 시점이 되면 무언가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일상 속 바쁜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다 보면 '아,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구나'라며 계절의 변화에 반응하게 된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은 이루어진다. < 노자(老子)>"



계절이 바뀌면 자연히 인간은 자연 곁으로 다가가게 된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인간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이 들어감을 느끼게 된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얼굴에 주름이 늘고 피부의 세포가 줄어들며 과거의 나와 달라진다는 것이다. 마음이야 늘 젊음의 푸르름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말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몸이 자연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감을 감지하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자연은 그냥 자연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구분보다는 그냥 자연이라는 큰 대상으로 이해하고 살아간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사계의 변화로 느끼게 된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감성이 꼭 풍부해서만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담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기를 두려워하면서, 정작 삶의 가장 좋은 부분을 낭비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창문 밖에 푸르른 나무들이 새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 눈은 푸르른 나무들을 바라보며 정화가 된다. 마음은 안정을 찾고, 건조했던 마음속 먼지들은 치유가 된다.


자연의 변화에 반응하는 나이가 되어서도 우리는 현실 속에 살아간다. 자신에게 맡겨진 현실적 바카라임과 일들에 신경을 쓰고,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위해 땀을 흘린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가 들어가도 우리는 현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사계의 변화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지만, 다시 우리는 해야 할 일들에서 제자리를 찾게 된다.


여름의 문턱에서 잠시 건조한 생각과 마음을 푸르름으로 치유해도, 우리는 다시 우리의 역할을 위해 돌아간다. 현실이라는 장치가 우리를 가만두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돌아가는 자리는 현실을 인정하는 자리가 되어 준다.


어느 때는 그 현실들이 지루하고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다시 달릴 준비를 하게 된다.


벌써 여름이다. 창밖의 풍경들이 시간을 알려준다. 하루가 지나면 또 하루가 오고, 그러다 더위가 찾아와 사람들을 지치게 하면 다시 시원한 바람이 불고 단풍이 물든 가을이 찾아오게 된다.


더위가 지속될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가을은 여지없이 자신의 시간대에 자신의 자리로 오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에, 우리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시간 감각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우물은 어린 시절 등목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샤워장이었고, 집 옆 개울가는 큰 수박 한 통을 시원하게 담가둘 냉장고였으며, 갓 길어 올린 우물물은 지금의 얼음 정수기였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의 얼굴은 젊었지만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가는 아낙네였고, 아버지는 집안의 가장이라는 무게를 지고 돈을 벌어오시는 짐꾼이셨다. 그때 그 여름은 늘 무덥고 힘겨웠던 기억이 난다.


나무 마루에 누워 아무 걱정 없이 시원한 선풍기 바람에 낮잠을 자던 꼬마 녀석이 이제는 중년이 되어 계절의 변화에서 시간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도 그 느낌은 그대로이다. 하지만 신체와 시간은 이미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그리고 부모님이 지셨던 짐의 무게감은 지금의 나에게로 되물림되어 간다.


어느 철학자가 말 했듯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선택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나이듦은 슬픈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가치를 알아간다는 뜻이다.


어느 때는 지치는 하루가 지나가지만, 그 하루는 단순한 하루가 아니라 내 삶 속의 연속성이 부여되는 시간들이 된다.


지침이 주는 의미는, 그래도 아직은 헤쳐나갈 힘이 있고 주변 동료들과 같이 삶을 잘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더 큰 의미로는 아직도 살아있고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이 될 때, 그런 감정은 늘 내 마음속을 흔든다.


장마가 오고 무더위가 본격적일 때, 이 더위가 빨리 끝나길 바라겠지만 한편에서는 무더위라도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기도 한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 천천히도 빠르게도 아닌 제 시간에 제 자리로 돌아온다.




그런 자연이 존경스럽고 감탄스럽다.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시간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 우리는 자연이란 위대함에 놀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침 일찍 일어나 밖의 푸르름이 더 짙어질 때, 나이 들어감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되며 그렇게 한 해가 또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하루하루의 거친 시간들은 자연이라는 흐름 속에 아무것도 아님에도, 인간은 너무 마음 쓰며 아파하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나이 들어감은 그런 사소함에 흔들리기보다 관대해지는 것일지 모른다.


푸르름이 더 짙어지는 여름이 오며, 사계의 변화에 감탄하고 나이 들어감에 관대해짐을 느낀다. 자연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 오늘도 감사하며 하루를 맞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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