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동상이몽
지난 6월 스페이스X가 화려하게 나스닥에 데뷔했다. 상장 첫날 11%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은 2700조까지 수직상승했다. IPO를 통해 113조원을 단 번에 조달하게 됐다. 일론 머스크는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글로벌 커넥티비티 서비스 스타링크와 재사용로켓 시장의 지배자인 팰컨9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우주산업의 대표주자인만큼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스페이스X 상장에 눈독을 들였다.
매그니피센트7를 잇는 새로운 빅테크의 등장에 시장이 들썩였다. 불과 2년 6개월만에 스페이스X의 몸값은 무려 10배 넘게 폭등했다. 팬데믹때부터 6년간 연90%씩 속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연30%씩 올랐다는 사실을 두고 고평가 논란이 나왔지만 장밋빛 전망이 더 우세했다. 상장 직전까지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몸값을 착실히 불려나가는 물밑작업을 벌였다.
작년 3월 작년 3월 xAI와 구 트위터였던 X를 합병시켰다. X를 앞으로 금융, AI, SNS, 이커머스를 모두 통합한 ‘AI슈퍼앱’을 으로 확장시킨다고 발표했다. 정작 1년간 지각변동에 가까운 빅 업데이트는 없었다.
상장을 목적에 둔 행보였다. 1년이 지난 올 2월 머스크는 xAI를 스페이스X에 병합시켰다. 스타링크, X, xAI가 하나로 묶였다. 스페이스X 상장 전 연속합병은 일론 머스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주가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가장 핫한 테마들이 한 몸이 됐다. 우주발사체와 위성통신 서비스를 주요 매출로 삼은 기업에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SNS, 슈퍼앱 같은 매력적인 요소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스페이스X는 모두가 손에 넣고 싶은 기업이 됐다. 개별기업을 단독 상장하는 것보다 본인이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페이스X로 묶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수익과 지배구조 면에서 보면 합병의 강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시가총액이 2천조원이 넘어가는 메가 IPO를 통해 단 번에 100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X, xAI, 스타링크를 쪼개서 상장하는 대신에 덩치가 큰 스페이스X를 통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적자기업인 X와 xAI를 스페이스X의 그늘 아래 숨김으로서 재무적 리스크도 상쇄했다. 동시에 지배력까지 강화했다. 머스크는 42%의 지분에 더해 84%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슈퍼보팅을 보유 중이다.
통제권을 토대로 스페이스X를 독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산하 기업인 xAI와 X의 지배력 역시 더 공고해졌다. 테슬라 지분이 13%대로 내려오면서 여러 소송문제를 겪은 데서 얻은 학습효과다.
IPO를 앞에 두고 머스크는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기가팹을 통해 AI반도체산업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AI혁명의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공표는 추종자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머스크의 발언과 행보는 전략적인 측면이 강하다. SNS상에서 보이는 충동적인 발언이나 기괴한 행보와 별개로 이익 앞에서는 철저한 계산을 토대로 움직인다. 이번 IPO에 청약공모금액의 5배에 달하는 500조원이 몰렸다.
머스크는 관행을 깨고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물량의 약 25%를 배정했다. 주가상승에 탑승할 기회를 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소송전과 여론전을 목적에 두고 우군을 만든 것에 가깝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와 합병하는 절차를 밟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식교환 방식으로 전면 합병하는 경우 스페이스X 지분을 흡수하기 위해 테슬라는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야한다.
기존 테슬라 주주들의 지분율과 가치는 대폭 희석될 수 밖에 없다. 재무적 부담도 문제다. 테슬라는 현금을 창출하는 흑자기업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반면에 스페이스X는 여전히 순손실상태다.
합병 시 테슬라가 벌어들인 수익은 고스란히 스페이스X의 적자를 메꾸는데 쓰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초다수 의결권을 쥐고 있다. 합병 전후 테슬라 개인주주들의 권리행사를 거부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장 직전 머스크는 기업 주소지를 텍사스로 이전했다. 텍사스는 합병과 관련해서 소송을 벌이려면 3%가 넘는 주식을 보유해야한다. 개인주주와 기관투자자들 소송을 원천차단하는 방어막을 친 셈이다.
수많은 스페이스X 주주는 온오프라인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테슬라 주주들과 싸우는 전사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손해보지 않는다. 교묘하게 판을 짜서 항상 이기는 싸움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