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구조적 한계 탈피

무의식의 자동항법과 주의력 경제를 극복

by임풍

어릴 적 우리는 마음이 원하는 모든 것이 곧 내 영혼의 순수한 소망이라 믿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삶의 겹이 두꺼워질수록,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동하는 낯선 패턴들과 직면하게 된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가 넘어지면 크게 다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손을 빼야지" 다짐한 지 불과 몇 초 만에 두 손은 이미 바지주머니 깊숙이 들어가 있다. 건강을 위해 소식을 결심하지만, 눈앞의 음식 앞에 그 결심은 순식간에 배경 속으로 사라지고, 과식 후에야 비로소 후회라는 이름으로 전면에 등장한다. 사소한 실수에도 자조적으로 튀어나오는 "나는 역시 안 돼"라는 푸념까지, 이쯤 되면 내 언행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혼란스럽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인간이 하루 동안 행하는 언행과 판단의 약 95%가 의식적 선택이 아닌 잠재의식과 뇌의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통제된다고 설명한다. 뇌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관이기에, 반복되는 행동을 기저핵(Basal Ganglia) 중심의 자동항법 장치에 넘겨버린다. 문제는 이 자동화된 습관의 대부분이 생의 초기, 즉 세 살 무렵을 전후로 가족과 주변 환경이라는 틀 안에서 형성된다는 점이다. 자아의 방어기지가 구축되기도 전에 입력된 타인의 말, 부모의 불안, 결핍의 기억은 무의식의 깊은 바닥에 각인되어 한 개인의 평생을 지배하는 인생 프로그램이 된다.

더욱 엄혹한 현실은 개인의 무의식적 한계 위에 현대 슬롯의 정교한 구조적 그물망이 겹겹이 덮어씌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편도체를 자극하는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로 진화했다. 슬롯적 시스템은 개인의 두려움, 불안, 분노, 그리고 도파민적 욕구를 교묘히 자극하여 끊임없이 관심을 갈취한다. 생계를 위해 매일 근로 현장으로 향해야 하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자극에 노출된 현대인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정서적, 시간적 자유를 박탈당한다. 어릴 적 형성된 부정적 개인 습관과, 이를 양분 삼아 번성하는 슬롯적 통제 기제가 결합하여 단단한 감옥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촘촘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영영 무의식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정답은 알아차림과 거리 두기에 있다. 내가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을, 음식을 보고 이성을 잃는 순간을, "안 돼"라고 중얼거리는 내 음성을 제3자의 눈으로 관찰하기 시작할 때 변화의 균열이 생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짧은 간극을 만들어내는 것, 즉 자동화된 무의식을 의식의 조명 아래 가져오는 메타인지적 관찰이 필요하다. 나아가 나를 끊임없이 조급함과 소비로 내몰고 있는 슬롯경제적 힘의 정체를 알아차려야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지 신체가 늙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조종하던 무의식적 버릇과 슬롯적 조건화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것을 관조할 수 있는 지혜의 눈을 얻는 과정이어야 한다. 내 안의 자동항법 장치가 멈춰 서고, 외부가 강요하는 가짜 욕망과 나의 순수한 소망이 분리되는 그 자각의 순간에 비로소 진짜 나의 주체성이 깨어난다. 그리고 바로 그 공간에서만, 어릴 적 잊어버렸던 살아있는 생명력과 삶에 대한 진정한 환희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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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의식 탐구, 21세기 대응법, 몸과 맘 균형, 유튜브 채널: 아래 웹싸이트(URL) 클릭 연결, 저서: 21세기 인생 해석, 생각하면서 걸어가기, 오늘 나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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