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나에게 남긴 역설적인 축복

by임풍

67세를 갓 넘긴 지금, 내 몸에 일어난 주요 변화와 마음의 기록을 글로 남겨본다. 나의 작은 기록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거나 건강을 돌아보는 누군가에게 소소한 도움과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야기는 4년 전으로 올라간다. 당시 자녀 회사에서 부모 중 한 명에게 종합 건강검진을 지원해 주는 기회가 생겨, 평소에 접하기 어렵던 몇 가지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중 하나가 갑상선 초음파였다. 검진 결과 갑상선에 결절이 2개 발견되어 정밀 검사를 권유받았고, 몇 달 뒤 찾은 갑상선 전문 병원에서 0.9cm 크기의 결절 하나가 ‘갑상선 유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나머지 하나는 양성이었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갑상선 반절제 수술을 진행했고, 나는 그렇게 ‘암 환자’로 등록되었다. 이후 6개월마다 초음파와 혈액검사로 추적 관찰을 해오고 있으며, 수술 후 4년째가 된 최근 검사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삶은 예고 없이 또 다른 변수를 던져주었다. 갑상선암 수술 후 1년이 지났을 무렵(3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통해 생소한 이름의 암을 추가로 진단받았다. 바로 위말트림프종이었다. 이로써 나는 본의 아니게 ‘중복암 환자’라는 신분을 갖게 되었다.

위말트림프종은 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암 중에서 유일하게 항생제로 치료를 시도하는 특이한 질환이다. 나의 경우 수차례 균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이 나왔다. 그럼에도 담당 소화기내과 의사는 1차 치료로 2주간 항생제를 복용해 보자고 제안했고, 치료를 진행한 뒤 6개월마다 위내시경과 복부 CT를 통해 경과를 관찰해 왔다. 초기 병기라 경과가 일부 좋아지는 듯했으나, 한동안 더 이상의 큰 변화가 없자 담당의는 방사선 치료를 권유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약 3주간, 총 12회에 걸친 방사선 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담당 의사의 말에 따르면 방사선 치료 시 완치율이 약 95%에 이른다고 하니, 불안보다는 담담한 기대감으로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잦은 CT 촬영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이 약간 염려되기도 했지만, 현대 의학의 저선량 기술 덕분에 검사로 얻는 이득이 유해성보다 훨씬 크다는 설명을 듣고 의료진을 신뢰하기로 했다. 12회의 방사선 치료가 끝난 후, 내년 1월 위내시경과 복부 CT를 통해 경과를 최종 확인할 예정이다. 추후 경과에 대해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암이라는 질병이 내 몸에 찾아오기 전까지, 암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초기 단계일지라도 짧은 시간 동안 두 번의 암 진단을 받고 나니, 암이라는 질병 역시 내가 피할 수 없는 내 몸의 일부분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원래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렇게 내 인생에는 나의 몸과 건강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연구 분야가 추가되었다.

살다 보면 간혹 어떤 이들이 "암이 축복이다"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전에는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암을 통해 비로소 내가 먹는 음식을 조심하고, 몸에 맞는 운동을 찾아 하며,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관리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계기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젊은 시절처럼 내 심신을 한계까지 과도하게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의 암은 내 삶을 멈추게 한 장애물이 아니라, 내 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가르쳐 준 뜻밖의 경고등이자 이정표였던 셈이다. 앞으로 다가올 치료 과정을 담담히 잘 마쳐내고, 더 건강해질 내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