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해보니 괜찮네"라는 감각의 힘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품고 살아간다. 이 정체성은 단순히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넘어, 우리의 가치관과 철학, 품성과 습관, 그리고 말과 행동을 무의식중에 지배하는 일종의 인간 운영체제(OS)다. 이 강력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7세 이전, 혹은 청소년기의 강렬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유전적 요인이나 집단무의식을 제외하면, 어린 시절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원초적 경험들이 잠재의식이라는 깊은 바닥에 각인되어 한 사람의 평생을 지배하는 기본값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잠재의식이라는 단단한 장벽 뒤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의지적으로 “나를 바꾸겠다"라고 결심해도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식적인 다짐만으로 잠재의식을 직접 수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생 어린 시절에 찍힌 주홍글씨 같은 프로그램에 갇혀 살아야만 할까?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잠재의식을 우회하여 정체성을 재설계할 수 있는 강력한 길이 있다. 바로 경험의 재배치, 즉 새로운 경험을 통한 프로그래밍의 수정이다. 잠재의식이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형성되었다면, 역으로 지금 이 순간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잠재의식을 다시 쓸 수 있는 원리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 안에 자리 잡은 두려움과 금기의 영역을 아주 조금씩 밟아보는 것이다. “이건 내가 못 하는 일이야.” “이런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 거야.” “이곳은 나에게 너무 위험해.” 이처럼 오랜 시간 나를 구속해 온 수많은 안 된다는 경계선 너머로 작고 의도적인 걸음을 내디뎌 본다. 그리고 그 순간을 조심스럽게 통과해 보는 것이다. 그 경험의 시도 끝에 “어?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라는 느낌을 받게 될 때, 수십 년간 나를 지배하던 잠재의식의 오래된 벽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이 작은 균열들이 쌓여 비로소 낡은 프로그램이 해체된다.
두려움, 불안, 걱정과 근심의 대상에 스스로를 조금씩 노출하는 의도적인 시도는 결코 무모한 위험 감수가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의 지도를 넓혀가는 가장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정체성 개조 작업이다. 오늘도 우리는 과거에 작성된 옛 프로그램에 따라 익숙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단 하나라도 내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작은 새로운 경험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나를 지배하는 운영체제의 코드 한 줄을 새로 작성하는 셈이다. 정체성은 타고난 감옥이 아니라, 매일의 새로운 경험으로 덮어쓸 수 있는 여백이다. 오늘 내가 감행할 아주 작은 새로운 경험 하나가, 내일의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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