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생존기계에서 깨어난 예술가

by임풍

1. 맹목적 본능과 인간이라는 환상
자연계는 언뜻 보면 완벽한 질서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인다.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바다로 향하는 아기 거북이의 발걸음, 개미떼와 새떼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개체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집단 면역 현상들은 개체 스스로 전체의 목적을 알지 못해도 시스템이 완성되는 맹목적 본능과 창발성을 명백히 보여준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가 지적한 것처럼, 개미는 DNA라는 화학적 프로그램(페로몬)에 철저히 지배당하는 유전자의 생존 기계처럼 보인다. 흰개미들이 가우디의 성당에 비견되는 거대한 흙탑을 짓는 경이로운 힘도 천재적인 설계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전 개체가 남긴 흔적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단순한 규칙, 즉 시그머지(Stigmergy)의 무한한 반복일 뿐이다. 시그머지는 개체가 남긴 흔적이 다음 행동의 자극이 되어, 중앙의 통제 없이도 스스로 복잡한 집단 질서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 대형 흙탑은 정교한 환기 시스템, 온도 및 습도 조절 구조를 갖추고 있어 건축학 및 창발성 연구의 대표적인 예시로 언급되는 사례다.

인간은 스스로 개미와 달리 행동을 성찰하고 유전자의 독재에 저항하며 깨달음을 갈구하는 특별한 존재라 믿는다. 도킨스가 제안한 밈(Meme)이라는 개념은 인류가 학습과 자각을 통해 축적해 온 문화, 문명, 사상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 개념은 인간 문명의 전수 메커니즘을 너무나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진화론을 거부하는 종교적 진영에서조차 전략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사용될 정도다. 그러나 도킨스적 생물학의 서늘한 잣대를 대면, 인간의 집단 무의식, 이성, 그리고 학문적 탐구심마저도 결국 인류라는 종이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가 깎아 만든 정교한 생존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본 목적을 뛰어넘어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는 모습은 대단해 보이지만, 이 역시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부여한 과도한 지능이 낳은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인간의 의식이 고상하다 웅변한들,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시공간과 수백억 년의 역사 앞에서 인간은 한낱 찰나의 먼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의 추산대로 은하계와 같은 별군집의 수가 약 2조 개가 넘는다면, 그야말로 지구라는 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비교한다는 것은 이해불가능한 영역이다.


현재 호모 사피엔스 인간종은 스스로 초래한 환경 파괴, 핵전쟁, 그리고 통제 불능의 인공지능 위협으로 인해 향후 1,000년 이내에 완전히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많다.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행성의 진짜 주인 행세를 할 존재는 대멸종을 버텨온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들이다. 에고 없이 맹목적으로 환경에 순응하며 생존하는 박테리아의 무의식적 존재 방식은 철학적으로 과장해 보면 불교의 무아(無我)와 공(空), 그리고 조셉 배너가 말한 비개인적인 삶(Impersonal Life)의 외형과 깊게 닮아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박테리아의 무의식보다 자신의 의식이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며,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병 하나에 무력하게 목숨을 잃는 어리석은 존재다. 에라스무스가 <우신예찬>에서 통렬히 풍자했듯이, 인간이 자랑하는 이성과 지혜는 한 꺼풀만 벗겨내면 위선과 지독한 어리석음으로 가득 차 있다. 현대인들은 인류 전체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착각하지만, 대다수는 스마트폰 화면이 뿌려대는 도파민 알고리즘에 중독되어 무의식적 자동인형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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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의식 탐구, 21세기 대응법, 몸과 맘 균형, 유튜브 채널: 아래 웹싸이트(URL) 클릭 연결, 저서: 21세기 인생 해석, 생각하면서 걸어가기, 오늘 나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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