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 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9일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됐습니다. 보통은 수상자의 업적을 조명하는 기사가 이어지는데, 올해는 상을 받은 사람만큼이나 받지 못한 사람이 화제였습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여덟 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상을 깎아내려 왔습니다. 오바마는 취임 여덟 달 남짓 만인 2009년에 상을 받아 당시에도 논란이 컸습니다. 다만 본인이 이 상을 업적에 대한 인정이 아닌 앞으로의 행동 촉구로 받아들이겠다며 몸을 낮췄죠.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이틀 전에도 상을 주지 않으면 위원회에 큰 불명예가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끝냈다는 여덟 개의 전쟁은 무엇일까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도 하니 하나씩 확인해 봤습니다. 백악관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1. 이스라엘과 하마스(가자): 2025년 10월 8일 휴전 1단계 합의가 발표됐고 인질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휴전 뒤에도 팔레스타인인이 400명 넘게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2. 이스라엘과 이란: 2025년 6월 13일 시작된 12일간의 전쟁이 6월 24일 휴전으로 멈췄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하면서 더 큰 전쟁이 시작됐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3. 인도와 파키스탄: 2025년 5월 10일 휴전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발표했습니다. 파키스탄은 그의 역할을 인정했지만 인도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4. 캄보디아와 태국: 2025년 7월 닷새간 교전한 뒤 휴전했고, 10월 26일 말레이시아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습니다. 그러나 12월에 다시 충돌했습니다.
5.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2025년 8월 8일 백악관에서 공동선언에 서명했습니다. 지키지 않으면 바카라임을 묻는 정식 평화조약은 아직 아니라고 합니다.
6.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 2025년 12월 초 백악관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후에도 반군이 진격해 협정 위반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7. 세르비아와 코소보: 첫 임기 때인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경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습니다. 전쟁이라기보다 오랜 긴장 관계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8.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역시 첫 임기 때인 2020년의 나일강 댐 갈등 중재입니다. 백악관이 성과로 포함했지만 총성이 오가는 전쟁은 아니었고 정식 합의 서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AP통신은 이 주장을 과장이라고 짚었습니다. 가자지구나 이란처럼 의미 있는 휴전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휴전은 총성을 잠시 멈추는 일이고, 전쟁을 끝내는 종전은 그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더구나 여덟 개 가운데 두 개는 이번 임기가 아니라 첫 임기의 일입니다.
2025년 수상자인 베네수엘라의 마차도는 올해 1월 백악관에서 자신의 노벨평화상 메달을 그에게 건넸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이 발표되면 상을 취소하거나 나누거나 넘길 수 없다고 이미 밝힌 터였죠. 메달 주인이 바뀌어도 수상자라는 지위는 그대로라는 설명도 덧붙였고요. 노르웨이에서는 상에 대한 존중이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노르웨이 총리에게 당신의 나라가 상을 주지 않기로 한 만큼 이제 평화만 생각할 의무는 느끼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정부와 별개의 독립 기구인데도 말이죠. 메달이 사적으로 오가고 수상 여부가 불만의 소재가 되는 일이 거듭되니 노벨평화상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달랐습니다.
올해 수상자는 남아공 출신의 85세 법률가 나비 필레이입니다. 인종차별 정바카라인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넬슨 만델라 등을 변호했고,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재판장으로서 집단강간을 집단학살 범죄로 판단한 판례를 이끌어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미얀마 로힝야족 집단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평화에는 정의가 필요하다며, 국제법으로 국가와 지도자에게 바카라임을 물어온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위원장은 국제 규범과 기구를 훼손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도 했습니다. AP통신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강력한 반박으로 받아들여질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최근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과 검사 13명을 제재한 일도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수상 소감은 재치가 있었습니다. 필레이는 청중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자 박수를 더 치면 상을 트럼프와 나눠야 할지도 모른다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반면 이스라엘 외교부는 반이스라엘 정서를 정당화하는 데 상을 악용했다며 반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9일 유세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 수치스럽고 부끄럽다며 비난했고, 노벨위원회와 필레이를 깎아내리는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다른 소식들로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2009년 포트후드 기지에서 13명을 숨지게 한 총격범의 총살형을 승인했고, 국방장관은 12월 3일로 예정된 집행을 생중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정대로 집행되면 미군의 사형 집행은 65년 만이고, 공개 처형은 90년 만입니다. 집행 모습을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방송한 전례는 없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또 이달 5일 유세에서는 이란전의 대가가 작다며 LA나 샌디에이고가 공격당해도 감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히는 말을 해 논란이 됐습니다. 7일에도 비슷한 말을 하며 그런 일은 막겠다고 덧붙였고, 백악관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면 도시가 위협받았을 거란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공화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보통 이런 글을 쓰면 사상검증을 받곤 하는데요. 저는 미국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잠재력과 힘에 경외감도 느끼고요.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과연 지금 이 나라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을까요? 물론 제가 뱁새라서 황새의 날갯짓을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벨은 유언에서 국가 간 우애와 군비 축소, 평화 증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라고 했습니다.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이 상에 이토록 의욕을 보이는 이유를 저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정말 최선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유니세프는 7월 말 이란에서만 어린이 2,500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상을 이야기하는 일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 결과가 더 눈길을 끕니다. 거센 압박 속에서도 위원회는 힘이 아닌 법과 바카라임이라는 기준을 택한 듯합니다. 물론 어떤 선택에도 논란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노벨위원회는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으로 상의 가치를 지켜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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