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식혜 장인이 산다

by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 아빠 양원주입니다.


어느새 추석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낮에는 아직 제법 더워서 가을인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그래도 추석이 지나면 한결 가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추석이 되면 음식 장만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는데 요즘 우리집에서 자주 만드는 음료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아내가 우연한 계기로 거의 매주 만들고 있는 수제 식혜입니다. 건강이가 뜬금없이 먹고 싶다고 해서였죠. 저는 근처에 있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밖에 식혜를 사러 나가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식혜를 집에서 만든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평소와 달리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로 식혜를 만드는 동영상을 찾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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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설마했습니다.


에이, 아니겠지..

그러면서 반신반의했는데 갑자기 엿기름을 사야겠다고 하더군요.


엿기름은 보리(또는 밀)를 싹 틔워 말린 뒤 빻으면 만들어집니다. 식혜에서 엿기름이 필수인 이유는 단순한 향이나 색을 위한 재료가 아니라, 밥의 녹말을 당으로 바꿔주는 '천연 당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엿기름 없이 밥에 설탕만 타면 식혜 특유의 맛과 밥알 뜨는 현상이 안 나온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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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기름과 생강을 사 오자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식혜 만들기를 단계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엿기름 우리기
엿기름가루를 물에 담가 조물조물 주물러 우려냅니다. 뿌연 물이 나오면 30분~1시간 정도 가라앉힌 뒤, 맑은 웃물만 따라내 씁니다. 바닥의 앙금은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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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밥 준비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준비합니다. 갓 지은 밥도 되고 식은 밥도 됩니다. 밥알이 너무 질면 삭힐 때 뭉개지니 되게 짓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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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삭히기 (당화)
밥에 엿기름 웃물을 붓고 60도 안팎으로 4~6시간 따뜻하게 유지합니다. 전기밥솥 보온 기능을 쓰면 편합니다. 이 온도에서 효소가 녹말을 당으로 바꿔줍니다.




4. 밥알 뜨는지 확인
밥알이 물 위로 동동 떠오르면 잘 삭은 겁니다. 보통 열 알 중 대여섯 알쯤 뜨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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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끓이기
삭은 물과 밥알을 냄비에 옮겨 팔팔 끓입니다. 이때 설탕(또는 황설탕)을 넣어 단맛을 맞추고, 위에 뜨는 거품은 걷어냅니다. 끓이면 효소 작용이 멈춰 더 삭지 않고 맛이 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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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식히고 보관
충분히 식힌 뒤 냉장 보관합니다. 차갑게 해서 밥알과 함께 떠서 마시면 됩니다. 생강이나 대추를 넣어 끓이면 향이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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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처음 만든 식혜는 온 가족에게 인기폭발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던지라 먹으면서도 아까워서 서로 조금만 먹으라고 눈치를 주는 지경이었죠.


그렇게 첫 식혜를 성공적으로 만든 뒤 다음에 도전했던 메뉴는 단호박 식혜였습니다. 역시 처음이 힘들지 그 이후부터는 수월하게 만들더군요. 저도 옆에서 무거운 통을 옮기거나 단호박을 자르는 일에 투입되곤 했습니다. 단호박을 어느 정도 찌고 껍질을 벗긴 뒤 믹서기로 돌리면 단호박 식혜로 변신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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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번째 도전부터는 단호박을 넣은 버전으로 쭈~욱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보다 더 큰 통에 넉넉하게 만들면서 틈나는 대로 먹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든 식혜까지 포함하면 네 번을 만들었는데 이젠 제법 전문가 티가 나는 듯합니다. 밖에서 사 먹는 식혜보다 더 맛있으니 아내야말로 우리집 식혜 장인이라고 할 수 있죠.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말하면 번거롭고 힘들지만 애를 쓰는 사람이 바로 부모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내도 피곤한 와중에 이렇게 만들어주니 감사할 따름이고요. 식혜의 뜨거운 인기가 식는 그날까지 열심히 옆에서 거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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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식혜 장인의 손맛이 들어있는 수제 식혜,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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