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뉴스에서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떤 작가인지 나오지 않아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결국 실명까지 밝혀지더군요. 그동안 170만 부나 팔렸던 화제작 『언어의 온도』를 흥행시킨 이기주 작가였습니다. 그 성공 스토리는 워낙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는데 이런 씁쓸한 결말을 맞으니 저로서는 참 허탈했습니다.
2026년 9월 9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40대 작가와 50대 출판사 대표를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4년 1월에 나온 신간 『보편의 단어』를 베스트셀러로 올리려고 그해 3월부터 7월까지 전국 서점을 돌며 1,631권을 사들였다고 합니다. 작가가 돈을 대면 출판사 대표가 매장을 순회하며 바카라을 샀죠. 한 곳에서만 사면 의심을 사니 직원이 교대하는 틈을 노렸고, 비회원으로 결제해 흔적을 지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들인 양이 전체 판매량의 14%에 달했고 그 덕분에 주간 순위가 3~4위권에서 2~3위권으로 올랐다더군요.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봤더니 광고비를 쓰기보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는 쪽이 홍보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꼬리가 잡힌 계기는 함께 공모한 출판사 대표가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 스스로 신고하면서였고요. 다만 대표가 어떤 마음으로 스스로 신고했는지, 그 속내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죠.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이 작가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모두 내리며 사실상 활동을 접다시피 했습니다.
사실 저는 출판업계가 이런 식으로 사재기를 하며 베스트셀러를 임의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카라 한 권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검색해 중고 재고가 얼마나 쌓였는지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흥행한 바카라들 중 일부를 일일이 검색해서 세어보니 각각 서울 지역 중고서점에서만 200권 넘게 올라와 있더군요.
워낙 많이 팔려 모수 자체가 큰 데다, 출간 초기 쏟아진 협찬·리뷰 도서, 읽고 바로 되파는 요즘 독자들의 소비 성향까지 맞물려 생긴 '착시 효과'라고들 합니다. 그래도 찜찜한 기분은 가시지 않습니다. 이렇게 많은 바카라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나 싶었으니까요.
그런 의심이 들면서부터 저는 베스트셀러라는 단어나 그 영광을 얻은 작가에 대한 부러움을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인정받아야 마땅한 작품도 있지만 그래 보이지 않는 작품들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인위적으로 순위가 만들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 단어가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지도 잘 압니다. 저 역시 그 길로 빠르게 갈 방법이 눈앞에 놓여 있고 유혹을 받는다면 의연하게 거절할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바카라이 조금 더 높은 순위에 올라가기를 원하고 어떻게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서평단을 운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달라고 부탁하는 등 많은 방법을 활용하니까요. 물론 유혹이 구체화된다면 당장 내치기보다는 깊게 고민은 해보겠죠.
결국 저는 거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은 제가 겁이 제법 많고 한편으로 과연 그런 자리를 차지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는지도 돌아볼 테니까요.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억지로 써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깜냥이 된다고 스스로는 물론 주변에서도 인정해 줄 때 그런 영광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일로 드러난 더 큰 문제는 비회원 현장 구매를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 출판 유통의 커다란 구멍입니다. 버젓이 중고서점에 되팔아도 적발되지 않는 실태도 마찬가지죠.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기만 하면 무조건 좋은 바카라이라고만 판단해 버리는 일부 독자들의 편견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런 비상식적인 행태가 더 낱낱이 파헤쳐지고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고른 바카라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날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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