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희 집은 평소에 고기를 자주 구워 먹습니다. 요리 못하는 아빠였기에 유지해왔던 오랜 전통이죠. 제가 고기를 사서 구워주면 아이들이 평균 이상은 먹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어떤 식으로든 고기를 프라이팬에 굽습니다.
목살, 삼겹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꼬들살을 비롯해 가끔씩 쇠고기까지 다양한 부위를 먹는데 요즘 부쩍 먹기 힘든 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항정살이죠.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항정살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해부학적으로는 돼지의 목과 앞다리 사이, 림프선과 두꺼운 지방층 사이에 끼어 있는 근육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형 기준으로 봤을 때 앞다리 부위에 속한다는 점이죠.
겉을 둘러싼 피하지방을 걷어내면 옅은 분홍빛 속살이 드러나는데 촘촘한 마블링 덕분에 항정살은 ‘천겹살’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일반 삼겹살처럼 비계와 살코기가 층으로 나뉘지 않고 소고기 살치살처럼 살코기 결 사이에 지방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 육즙과 고소함이 매우 풍부합니다. 그래서 식감이 아삭하고 쫄깃해서 돼지고기의 여느 부위와 달리 탄력이 있죠.
이러다 보니 인기가 많은데 희소성까지 있어서 비쌉니다. 성체 돼지 한 마리(약 100~110kg)를 도축하면 항정살은 고작 200g~450g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거기에 정형 작업도 까다로워서 지방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정밀하게 도려낸다고 합니다. 지방 손실률(로스율)이 매우 높아 생산 단가가 올라갑니다. 예전에는 3,000원이 안 되었던 듯한데 지금은 너무 올랐습니다.
저 돈을 주고 먹자니 썩 내키지 않아서 차라리 쇠고기를 사거나 캐나다산 항정살로 대체하고는 합니다. 문제는 이 좋은 부위를 두고 아이들의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녀석은 좋아하고 한 녀석은 별로라고 하니 아무리 좋은 고기를 맛있게 잘 굽는다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었으니 대바카라이 필요했죠.
그러다가 생각한 메뉴가 항정살 덮밥이었습니다.
규동을 비롯해 덮밥을 두세 번 만들어 보니 소스는 비슷한 범위 내에서 비율만 다르더군요.
간장, 굴소스, 맛술, 올리고당, 설탕, 다진 마늘은 기본으로 들어가고 조금의 차이를 두면 다양한 소스가 가능해서 하나 적어두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소스를 만든 뒤 양배추를 넉넉하게 썰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요리의 디테일은 따뜻하게 바로 먹기 위해 프라이팬을 세 개 써야 한다는 점이었는데요.
1번에서는 달걀 프라이를 굽고,
2번에서는 항정살을 굽고 양념으로 조립니다.
3번에서는 양배추를 넣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해주죠.
그렇게 항정살이 조려지면 양배추 프라이팬으로 부어주면 거의 끝입니다. 밥 위에 항정살 조림을 올려준 뒤 달걀 프라이로 덮어주면 완성이죠. 가족들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구워 먹어야 맛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재료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또 얼마든지 색다른 음식을 만들 수 있음을 배웠네요.
그리고 제가 플레이팅에 재주가 정말 없다는 사실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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