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광복절을 맞아 마음이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배우 하영 씨가 증조부의 친일 행적 논란 끝에 결국 자필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한 예능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증조부를 자랑처럼 소개했는데, 그 증조부가 친일 의혹을 받는 안상호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벌어진 일이죠.
민족문제연구소는 안상호의 행적을 명백한 친일로 판단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 추도회 준비위원, 내선융화를 내건 대정친목회 평의원, 경성부협의회와 동민회 활동까지 근거로 들었죠. 이완용을 치료한 의료진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다더군요. 1918년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는 옷도 음식도 일본식을 따른다며 스스로를 일본인처럼 여긴 그의 발언까지 남아 있습니다.
다만 연구소는 그 바카라임을 후손에게 씌우는 연좌제식 비난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 역사학자 역시 개인을 친일파로 못 박는 규정은 위험하다고 짚었고요.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커지며 세상의 반응도 갈렸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이렇게까지 부관참시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지금이라도 명명백백하게 과거의 일을 밝혀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까지 나오며 제법 시끄러웠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지점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독립유공자는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였죠. 나라를 위해 전부를 바친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은 지금까지도 힘겹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주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이끈 김동삼 선생의 아흔 살 손녀가 반지하방에서 한 달 백만 원 남짓으로 지낸다는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국가보훈부 실태조사를 보면 독립유공자 유족의 한 해 소득은 2,576만 원으로, 3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2018년 조사에서는 후손 3대까지 75.9%가 비경제활동인구였고, 세 명 중 두 명은 신고할 소득조차 없었죠.
반대로 친일 논란이 있던 집안은 대를 이어 부와 지위를 누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한때 유력했던 유명 정치인들도 아버지의 친일행적이 있음에도 버젓이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씁쓸했는데 이분도 만만치는 않더군요. 하영 씨 본가에 냉장고가 다섯 대라던 방송 장면이 독립군 후손들의 반지하방과 겹쳐지며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그녀가 유복하게 자라 연기에 전념할 수 있었던 데는 그 증조부의 덕도 분명히 있었을 테니까요.
정의가 늘 올바른 일을 한 사람의 편에 서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우리 감정도 조금씩 무뎌질 수밖에 없겠다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 시대를 겪은 사람은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이유에서 더욱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솔직히 하영 씨의 사과와 대중의 판단에 대한 언급은 딱히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왈가왈부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이미 주홍글씨가 찍혀버렸으니까요.
다만 스스로 역사를 좋아한다고 밝혔음에도 정작 그녀의 증조부인 안상호라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몰랐다는 점이 저에게도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행적을 보면 적지 않은 이력이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조금 더 이 시절의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일을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데만 활용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다시 역사 앞에 겸손해지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부터 광복절의 의미를 새겨보려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하루가 누구의 희생 위에 서 있는지 이야기해 볼 참입니다.
광복절을 비롯해 우리가 누리는 오늘의 평범한 하루는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내신 분들의 피 위에 서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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