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국제뉴스가 나오면 아직도 어김없이 미국 - 이란 전쟁이 언급됩니다. 지리멸렬한 전쟁에 다들 지쳐가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이죠. 그런데 요즘 부쩍 자주 등장했던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후티 반군'이죠.
하도 자주 나와서 입에 붙어버렸지만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도 시원하게 답하기가 어려워서 이참에 저부터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후티는 예멘이라는 나라의 무장 세력입니다.
흔히 '후티족'이라 부르지만 그런 민족은 없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안사르 알라', 신의 조력자들이라는 뜻이죠. 1990년대 예멘 북서부 사다 지역의 자이드파(시아파의 한 갈래) 부흥 운동에서 출발했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무기를 들었습니다. 반미와 반서방을 앞세우며 세를 키웠고, 2014년에는 수도 사나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먼저 궁금해지는 부분은 이란이 이들이 뭐가 예뻐서 돕느냐입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종파적 이해가 맞아떨어집니다.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이고, 후티도 시아파 계열이죠. 시아파 세력을 중동 곳곳에 심어 영향력을 넓히려는 이란의 이른바 '초승달 벨트' 전략과 후티의 목표가 잘 들어맞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후티를 예멘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나라는 이란 하나뿐입니다.
둘째, 값싸고 효율 좋은 지렛대이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와 함께 후티를 '저항의 축'이라 부르며 뒤를 봐줍니다. 자기 대신 싸워 주는 대리세력인 셈이죠. 비교적 적은 돈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이스라엘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으니 이란으로서는 남는 장사입니다. 게다가 2023년 가자 전쟁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크게 약해지면서, 온전한 전력을 지킨 후티의 몸값은 더 올라갔습니다.
셋째, 지리적 이점 때문입니다.
후티가 자리 잡은 곳은 홍해로 들어가는 좁은 길목 바로 옆입니다. 이란이 후티를 통해 이 뱃길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우디 남쪽 국경에 이란과 손잡은 미사일 세력을 심어 두는 효과까지 얻습니다. 미국 의회 자료를 보면 후티는 이란에서 받은 부품과 기술로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까지 만든다고 합니다. 이란은 지원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예멘 정부나 사우디, 미국은 왜 후티를 뿌리 뽑지 못할까요. 여기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지형이 만만치 않습니다.
후티의 근거지인 예멘 북서부는 해발 2000m가 넘는 험준한 산맥 지대입니다. 외부 군대가 밀고 들어가기 어렵고, 후티는 무기와 시설을 산속 동굴이나 지하에 숨겨 두어 공습을 받아도 핵심 전력을 지켜 냅니다.
다음은 실전 경험입니다.
후티는 2015년부터 사우디가 지원하는 정부군과 9년 넘게 싸우며 잔뼈가 굵었습니다. 병력은 약 35만 명으로 웬만한 정규군을 능가하고, 반복된 공습과 지상전 속에서도 지휘 체계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세계 3위의 국방비를 쓰는 사우디가 7년을 싸우고도 사실상 손을 든 사실이 이들의 저력을 잘 보여 줍니다.
세 번째 이유가 어쩌면 가장 중요합니다.
후티는 이제 단순한 반군이 아니라 하나의 '정권'이 되었습니다. 예멘 인구의 대다수가 사는 북부를 실질적으로 다스리며, 세금을 걷고 통신 사업까지 손에 쥐고 있습니다. 학교와 행정까지 장악한 세력이 되어버려서 사우디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맞은편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지금 예멘은 후티, 남부 아덴의 국제 승인 정부, 남부 독립을 주장하는 또 다른 세력으로 갈라져 저마다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후티를 상대할 진영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니, 후티는 그 틈에서 오히려 자리를 굳혀 왔습니다.
이런 복잡한 배경 덕분에 후티 반군의 끈질김은 유명합니다. 2023년 가자 전쟁 때도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 100여 척을 공격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774차례나 공습했지만 후티는 끝내 꺾이지 않았죠.
올해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에 들어가자 후티도 곧바로 뛰어들었습니다. "손가락을 방아쇠에 얹었다"라는 성명과 함께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쐈죠. 7월에는 사우디의 공습으로 수도 사나 공항이 타격을 입자 4년간 이어지던 휴전을 끝내고 해상 봉쇄를 선언했습니다. 뒤이어 유조선까지 공격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게 만드는데 꽤 기여를 했습니다.
문제는 이 싸움이 남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후티가 위협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좁은 길목으로, 전 세계 원유의 7%가 지나갑니다. 이곳이 막히면 배들은 아프리카 남쪽 끝까지 멀리 돌아야 하고, 그만큼 기름값과 물류비가 뜁니다. 우리나라도 이 길로 원유를 들여오니 남 일이 아니죠. 실제로 한국 상선 두 척이 발이 묶이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유엔은 올해 예멘에서 2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다섯 살 미만 아이 220만 명가량이 영양실조 위기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어른들의 힘겨루기 속에서 가장 먼저 아파하는 쪽은 늘 아이들이라는 사실이, 부모 입장에서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뉴스 속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이름 하나를 함께 들여다본 시간이,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작은 공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이제 경제제재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한데 이 전쟁이 제발 좀 빨리 끝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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