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둥이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남겨보려 합니다. 쓰겠다 쓰겠다 하면서 아껴뒀는데 이러다 가을이 될까 봐 부랴부랴 적어보네요. 둥이들이 기말고사를 준비하려고 하던 즈음이었는데 때마침 토요일이었습니다. 집에서 할까 밖에서 할까 물어봤더니 도서관에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희 집에서 걸어서 20여 분 아차산 방향으로 올라가면 아차산숲속도서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차로 올 수 없는 곳이기에 대부분 도보로 오죠. 좋은 공기 속에서 건강과 지혜를 챙길 수 있는 도서관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여기에 와도 열람실을 따로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더 선호하는 곳이 있어서죠. 이 도서관에는 야외에 마련된 바카라상과 의자들이 있습니다. 둥이들은 이 공간을 몹시 좋아합니다. 탁 트인 곳이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동안 저는 열람실에서 바카라을 빌려서 읽었죠. 함께 안 가고 싶다고 말하는 걸 간곡히 부탁해서 서로 절대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한 뒤에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남처럼 세 시간여 동안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더라고요.
그렇게 각자가 할 일을 모두 마무리한 뒤에 짐을 싸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재미난 발견도 했죠. 바로 나무 그늘 밑으로 지나가는데 땅에 수많은 동그란 모양의 빛들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에는 이게 뭔지 궁금했는데 '태양의 상(像)'이라고 하더군요.
나뭇잎 사이의 작은 틈새들이 '핀홀 카메라' 구멍 역할을 해서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고 합니다. 빛의 직진 성질 때문에 모양과 관계없이 광원인 태양의 둥근 모양이 그대로 바닥에 투영되는 것이죠. 처음 알았는데 이런 순간순간들도 좋은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은 추어탕집으로 먹으러 갔는데 각각 다른 메뉴(추어탕, 열무국수, 콩국수)를 하나씩 시켰습니다. 사이좋게 조금씩 덜어서 잘 나눠 먹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잘 마무리하고 나와서 그런지 씩씩하게 잘 먹더군요. 집에서도 이렇게 싹싹 잘 비우면 더 예쁘겠지만 그건 제 노력이 더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처럼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보낸 시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도서관에도 가고 산바카라도 하고 밥도 먹었으니까요. 앞으로 2학기가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서로 얼굴을 보며 자주 웃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이때처럼 천진난만한 함박웃음을 짓던 즐거웠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더 노력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