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야구장에서 갑자기 끌려간 한 남자

히로시마 여행 10탄

by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희는 미야지마 섬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히로시마 중앙역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죠. 히로시마 카프의 홈구장인 마즈다 스타디움은 역에서 꽤 가까웠습니다.




아예 고가도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찾기도 쉽겠더군요. 이미 경기가 시작하는 6시가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마음은 급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길이 맞나 약간 긴가민가 했었는데 히로시마 팀의 저지를 입으신 분들이 많이 계신 덕분에 물어보지 않고 갈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편의점을 들러서 물과 음료를 몇 개씩 샀는데 엄청나게 많은 인파도 놀라웠지만 카프 팀의 굿즈도 엄청 많아서 놀랐습니다. 현재 센트럴리그 6개 팀 중에서 5위밖에 되지 않지만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죠.




편의점에서 나오니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경기장 3층 입구까지 올라갔습니다. 3층에서도 입장이 가능하다니 신기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금세 저희는 이곳으로 들어갈 수 없음을 깨달았죠.




티켓을 미리 발급받지 못해서였습니다. 1층까지 내려온 뒤 티켓을 발급받았죠. 티켓보다 더 눈길을 끈 아이템은 히로시마 카프 팀의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캐릭터 종이였습니다. 꽤 귀엽게 만들어서 인기가 많겠더군요. 사진을 찍고 우리가 3층의 어느 위치쯤인지 확인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경기장에는 관객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들이 6층까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경기장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설레는 마음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들어가면 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놓고 있는 순간!!


여기서 또 한 번의 난관을 마주합니다. 바로 야구장 운영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야구장 안에는 그 어떤 페트병이나 캔을 반입하지 않도록 하는 룰이 있음을 몰랐던 거죠. 티켓을 확인하는 동시에 가방을 확인하는 직원들이 보였습니다. 규칙을 잘 지키는 나라로 알려진 일본 답더군요.




결국 저희는 물 500ml짜리 네 개와 음료 500ml짜리 2개를 옮겨 담아야 했습니다. 두 개씩 들어야 하는 분도 계셨죠. 그런데 올라가는 동안 다른 분들을 보니 아예 야구장에서 쓸 캐리어를 챙겨 다니시는 분도 보이더군요. 야구관람도 장비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선배들은 장비가 없는 관계로 두 손 무겁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죠.




3층으로 들어오니 엄청난 인파에 일단 놀랐습니다. 저지를 입은 분들도 많다는 사실에 또 히로시마 구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죠.




그런데 야구장 안을 들여다보니 제법 많이 차있는 관중들의 모습에 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즈다 스타디움은 33,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꽤 큰 구장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잠실야구장 수용인원이 25,000명이니 그 규모를 짐작게 했죠.


일행과 함께 야구를 보기도 하고 틈틈이 바깥으로 나와서 야구장 전체를 돌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엄청 아프고 피곤하기는 했지만 정말 즐겁더군요.




저희가 앉을 좌석을 찾았는데 가장 뒷자리여서 엄청 좋더군요. 뒤쪽으로 자유롭게 넘어 다니면 되니까요. 또 하나 특별한 점을 더 발견했습니다. 바로 주변에 외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이었죠. 알고 보니 외국 관람객들이 이용하는 구역이 따로 있던 모양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6층 관중석까지 올라가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생각보다 높고 계단이 꽤 좁아서 올라갈 때도 내려올 때도 조금 무섭더라고요. 이쪽에는 관중이 거의 없어서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정말 편하게 구경하려면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날씨도 그리 덥지 않고 화창하다 보니 관람환경은 꽤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구를 보며 경기장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정말 재미난 광경도 발견했습니다. 바로 우리코, 흔히 비어걸이라 불리는 맥주 판매원이었는데요.


정식 명칭은 비루 우리코(ビール売り子)로 맥주를 뜻하는 비루와 판매원을 뜻하는 우리코를 합친 말이라고 합니다. 15kg이 넘는 맥주통을 등에 메고 4시간 가까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관중석을 누비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 싶더군요.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한 잔에 9천 원에서 만 원 정도 하는 값임에도 이용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는 점입니다.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맥주 브랜드마다 소속 우리코가 따로 있어 유니폼도 달라서 신기했습니다만 그만큼 체력 소모도 커 보였습니다. 무릎 보호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7회가 끝나자 흥미로운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다들 풍선을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한꺼번에 위로 날리더군요. 팬들의 승리 기원과 화합을 다지는 '럭키 세븐' 전통이라고 합니다. 수만 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하늘 위로 날리는 풍선은 꽤 장관이더군요.




그렇게 시간은 가고 처음에는 즐거웠으나 경기가 막바지로 갈수록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하더군요. 사진을 찍어도 다크서클이 보이는 듯했고 역시 야구장은 저랑 맞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느껴갈 때쯤 저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가장 큰 형님이 보안요원에게 연행되는 사건이 터진 것이었죠.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물었더니 '시큐리티'라고 하길래 일단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형님이 잡혀가는 사진만 남겨놨죠. '글로 쓰면 재밌겠다'하면서요.


이 상황은 워낙 큰 장비를 가지고 다니면서 생긴 해프닝이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야구 중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서 그랬다더군요. 하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간이 제법 걸리기는 했습니다.




해프닝까지 잘 마무리하고 경기는 2시간 39분 만에 3:1로 끝났습니다. 제가 요새 말하는 승리요정이 된 셈입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보이는 야구관람은 끝이 났습니다.




2만 걸음을 걷고 숙소로 돌아가서는 기절하듯이 자버렸죠. 그리고 이제 일본 여행 이야기는 세 발 정도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ㅎㅎㅎ


한 줄 요약 : 야구장에서 촬영하다가 잡혀간 선배, 그걸 돕기는커녕 사진을 찍었던 남자. 그게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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