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저희 회사 같은 규모가 큰 공기업에게는 신의 온라인 게임이라는 별칭이 붙어있었습니다. 고용보장에 대한 메리트가 강조되던 시점이었죠. 그런 시기가 지나자 신이 숨겨놓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KRX(증권거래소), KT&G,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마슬롯 등이 언급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신도 건드리지 못하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별칭이 붙어야 할 곳이 생겼습니다. 이번 6·3 지방선거 사태로 온 나라를 분열과 혼돈의 도가니에 빠뜨린 선관위가 바로 그곳입니다. 사실 이 표현은 감사원은 물론 대통령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헌법상의 독립기관이라는 독점적 지위로 인해 나왔습니다.
선관위는 평상시 약 3,000명 안팎의 정규 정원으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선거철에는 비정규 인력이 투입됩니다. 전국 단위 대규모 선거(대선, 총선, 지방선거) 기간에는 수십만 명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교육공무원, 개표 사무원 등이 임시로 위촉되어 선거 관리 업무를 대폭 지원하죠.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며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26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해야 했습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서울 송파구 잠실4동 7투표소에서는 436장이 부족했고 당일 이 투표소를 찾은 1,836명의 유권자 중 대략 4명 중 1명이 추가로 공수된 용지를 받아서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초유의 사태에 대한 대응도 황당했습니다. 오전 11시 40분에 이미 송파구 선관위가 서울시 선관위에 대응방안을 문의했음에도 중앙선관위는 오후 4시가 넘어 민원 전화를 받고서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선거인 명부관리 부실 사례, 후보자 결과가 뒤바뀌어 입력된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구조적 문제도 짚어야 합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이, 시도 선관위원장은 지방법원장이, 구시군 선관위원장은 지원장이나 부장판사가 맡는 관행이 수십 년째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모두 비상근으로 본업인 재판을 수행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 때만 선관위에 출석합니다. 선관위 위원 9명 중 8명이 비상임인 헌법 기관은 선관위가 유일합니다. 위원장이 비상근으로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니 사무총장과 차장 등 직업 공무원들에게 모든 실권이 집중되는 구조였습니다.
선관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 대선에서는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는 사태로 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사퇴했습니다. 이번에도 노태악 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이 6월 5일 사퇴했습니다. 사퇴로 바카라임을 피해가는 방식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선거기간만 되면 휴직을 몰아서 하는 근무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선거를 마친 뒤 선관위가 직원들에게 특별정려금 명목으로 2억 원이 넘는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었죠.
2023년에는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밝혀진 10명 중 5명은 승진 과정에서도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의혹을 받았고 장관급인 사무총장 자리를 35년간 내부 출신이 독점했습니다. 선관위 자체 조사 결과 수사 요청 대상은 4명이었지만 감사원 감찰 결과에서는 27명으로 6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해외출장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선관위는 6·3 지방선거 7개월 전 독일로 6박 8일 출장을 다녀왔는데 출장보고서에는 베를린 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과 소통 부족이 문제였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 사례를 분석하고도 똑같은 사태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더 심각한 점은 선관위 직원들은 해외출장 후 출장 예산과 구체적 일정을 비공개 처리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일반 부처 공무원들과 달리 예산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고 선관위 관계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감사원은 인력 관리 전반에 대한 직무감찰을 시도했지만 선관위가 거부했습니다. 이 사안은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갔는데 재판관 전원일치로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이 선관위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시대에 걸맞지 않았던 법이 발목을 잡은 셈이었죠.
저도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며 정전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경찰, 소방관 분들과 함께 개표장에 비상대기로 네 번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엉망으로 일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결과를 조작하려면 몇 명 정도의 공모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구조임을 몸으로 알고 있죠.
다만 감시받지 않고 누려온 수십 년 동안의 권력이 이번 사태의 뿌리라는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이번 기회에 법을 개정하는 일은 물론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선관위가 제대로 쇄신되어 공정한 선거의 토대가 다시 세워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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