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6월 초,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두 번째 방한으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홍대 인근 삼겹살집에서 가진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은 그날 저녁 온라인을 가득 채웠습니다. 깻잎에 고기와 쌈장을 올려 직접 쌈을 싸 먹고, 가게 밖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도넛과 바나나우유를 나눠주는 모습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탈했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삼겹살 먹었냐는 유재석의 첫 질문에 내가 제일 많이 먹었다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었습니다. T1의 페이커와의 만남, 두산 베어스 시구, 게임업계 회동까지 이어진 일정은 단순한 비즈니스 방문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성스러운 여정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젠슨 황보다 더 눈길이 간 사람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그의 딸이자 엔비디아의 수석이사인 매디슨 황이었습니다.
1990년생인 매디슨은 요리에 관심이 많아 미국의 유명 요리학교인 CIA와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한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런데 2019년 오빠 스펜서와 함께 MIT의 AI 단기 임원 과정을 수료하면서 진로를 180도 틀었습니다.
이후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취득하고 2020년 인턴 신분으로 엔비디아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인턴에서 시작해 2023년 시니어 디렉터, 2025년 3월에는 피지컬 AI 플랫폼 제품 및 기술 마케팅 수석이사로 공식 승진했습니다. 엔비디아 옴니버스,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같은 차세대 핵심 사업을 이끄는 자리입니다. 2024년 기준 연간 보상이 113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억 7천만 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오너 일가가 핵심 직바카라에 들어오는 걸 두고 낙하산 아니냐는 지적은 실리콘밸리에서도 피해 가기 어려운 시선이었습니다. 실제로 2025년 엔비디아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꺼냈고, 젠슨 황은 우리 회사는 직원의 자녀를 많이 채용한다. 부모들은 회사에 누를 끼칠 자녀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단순히 말로 무마한 게 아니라, 매디슨은 인턴부터 단계적으로 올라오며 GTC 같은 대규모 행사 기획을 직접 총괄하는 실력을 쌓아왔습니다. 동료들은 그녀의 리더십이 아버지와는 다르게 사용자 중심의 기획과 시장 흐름을 읽는 감각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한다고 합니다.
이번 방한도 매디슨이 아버지보다 한 달 앞서 한국을 찾아 삼겹살 회동 장소를 직접 선정하고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사전 접촉을 마친 뒤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지난번 깐부치킨 회동을 비롯해 젠슨 황의 일정은 모두 그녀가 조율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통령과의 공식 면담 자리에도 함께 동석했죠.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에는 행사를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준 마포경찰서에 감사 메일을 보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큰 어른이 된 자녀가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모습은 흔치 않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젠슨 황이 경영자로서도 대단하지만 아버지로서도 훌륭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점이 더욱 존경스러웠습니다. 성인이 된 뒤 아버지 밑에서 일하면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화목하게 함께하는 모습이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니까요.
그런 반면, 얼마 전 데이비드 베컴의 장남 브루클린 베컴은 부모와의 절연을 공개 선언해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브루클린은 부모가 평생 베컴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결혼 생활에 개입하고 심리적 압박을 가해왔다고 폭로했습니다.
2025년 3월 데이비드의 50번째 생일 파티에도 불참했고, 결국 부모와 형제 전원의 SNS 계정을 차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화목해 보이던 가족에게도 이런 균열이 있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다 큰 자녀가 부모와 사이가 좋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그냥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부모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서 자기만의 생각과 관계와 세계를 가지게 되는 순간, 관계는 완전히 새로 쓰여야 합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요즘 제가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 잘 챙겨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아이들이 20년 뒤에도 "아빠와 밥 한 끼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사이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죠. 매디슨 황과 젠슨 황을 보면서 그 질문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ㅇ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는가
ㅇ 아이가 실수해도 관계를 먼저 지키고 있는가
ㅇ 내 기대를 아이에게 투영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도록 오늘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려 합니다. 20년 뒤 아이들과 삼겹살 한 판 구워 먹으면서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아빠로 남아있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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