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여행기 5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히로시마 여행의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호텔에서 채비를 마친 뒤 아침식사를 하고 저희는 히로시마 역으로 향했습니다. 군함 투어를 위해 쿠레(吳)시로 가기 위해서였죠. 쿠레 기지(구레항)는 요코스카와 함께 일본 해상자위대의 핵심 거점입니다.
일단 시작 전에 미리 말씀을 드리면 해상자위대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제강점기의 욱일기와 매우 비슷해서 그동안에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가운데 빨간 동그라미의 위치를 바꿔서 교묘히 다르다고 우겨왔고 이 문제로 외교적인 갈등이 발생하고도 했죠. 그러던 중 2023년 5월에 이 기를 단 일본 함정이 부산항 해군기지에 들어오면서 꽤 시끄러웠습니다.
티켓을 사고 사전 설명을 들은 뒤 11시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투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겠나 싶었는데 꽤 모였더군요. 눈대중으로 세어봤는데 100명은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평일에 이곳에 오는 일본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티켓값도 만만치 않았으니까요.
뉴스로만 접했던 그 깃발을 유람선 가까이에 다가가서 보니 정말 유사하더군요. 괜히 불쾌하고 기분도 썩 좋지 않았습니다. 깃발이 나오게 사진도 찍고 싶지 않았죠. 배를 타면서도 즐거운 마음보다는 약간 비장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이 투어를 통해서 제가 배울 수 있는 점을 반드시 찾아내고 파헤쳐서 글로 남기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배를 타자마자 빠른 속도로 기절 직전까지 갔습니다.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배멀미에 가장 약한 인간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당황스러웠죠.
다행히 정신을 차렸습니다.
2,200엔이나 내고 남의 나라에 와서 하는 염탐인데 이러고 있을 여유가 없었죠. 나가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본어 설명을 듣고 해석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고 제미나이에게 설명을 붙여달라고 해봤습니다.
제법 디테일한 정보들이 나오더군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가 투어를 했을 때 가장 많이 보였던 함선은 음향측정함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함선의 역할은 잠수함의 위치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22척)를 비롯해 중국(60~70척), 북한(70여 척), 러시아(50~60척) 잠수함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함이겠죠.
위용이 찬란한 함대를 보면서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해군으로 유명한 진해 출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배까지 태워가면서 이런 투어를 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쿠레시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군함 투어를 하는 이유는 총 네 가지로 분석합니다.
① 지원율이 떨어지는 해상자위대 모집을 위한 홍보전략
② 쿠레시의 관광 수익 확보와 지역 경제 활성화
③ 군대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친근감을 높이는 데 활용
④ 헌법 9조로 제약이 많은 자위대의 존재감을 과시
여기에서 말하는 일본 평화헌법 9조는 1947년 제정된 조항으로 핵심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1항 — 일본은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
2항 — 이를 위해 육해공군 등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전쟁 금지, 군대 금지를 헌법에 명시한 겁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2차 대전 패전 후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조항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위대가 엄연히 존재하고 군함도 전투기도 다 갖고 있죠.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 자국 방위를 위한 실력 조직이라는 논리로 합헌이라고 해석해왔고 군비경쟁에서 결코 뒤떨어져 있지 않은 듯해 보였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꽤 고민이 많았습니다. 시비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였죠.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 눈으로 보니 일본 정부가 가진 의도에 대해서도 조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무지렁이가 봐도 대단해 보이는 해군전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고 싶지 않겠냐고 말이죠.
현재 다카이치 정부가 중의원에서는 2/3 의석 확보로 개헌선을 확보했으나 참의원에서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헌법 개정은 중의원 2/3 찬성, 참의원 2/3찬성을 거쳐 국민투표까지 치러야 합니다.
문제는 일본 국민들이 헌법 9조 개정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찬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력 보유 금지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9조 2항에 대해서는 개정 필요 47%, 개정 불필요 48%로 사실상 오차 범위 안에서 팽팽하게 맞섰다고 합니다. 과거의 참혹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반성하며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는 뜻이겠죠. 아무쪼록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군함 투어를 갔다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왔고 글을 쓰면서 깨달음을 더 얻었습니다. 이 또한 여행으로 배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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