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여행기 4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여행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부지런히 글을 쓴 덕분에 시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후기를 쓸 수 있게 되네요. 오늘은 여행기 처음으로 음식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원폭돔과 평화공원을 구경하고 일행은 저녁식사를 할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처음 선정한 메뉴는 바로 오코노미야키였습니다.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는 조금 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요. 사실 이곳에서의 이 음식은 전후 식량난을 극복하려는 지혜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1945년 원자폭탄 투하 이후, 폐허가 된 도시에서 주민들은 미군 구호물자인 밀가루를 얇게 부쳐 먹으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당시 부족한 밀가루로 최대한의 포만감을 얻기 위해 선택한 재료는 바로 저렴하고 구하기 쉬웠던 양배추와 면이었습니다.
재료를 모두 섞어 굽는 오사카풍과 달리, 히로시마풍은 얇은 반죽 위에 양배추와 삼겹살, 면, 달걀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독특한 방식을 고수합니다. 엄청난 양의 재료를 속까지 골고루 익히기 위한 생존의 조리법이 고유의 스타일로 굳어진 셈이죠. 그런 이유로 이 지역이 오코노미야키에 가진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합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열었던 노점들은 오늘날 거대한 명물 거리를 이루며 도시의 활기를 되찾아주었습니다. 이처럼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는 단순한 지역 별미를 넘어, 척박한 환경 속에서 피어난 민초들의 생명력과 따뜻한 위로가 담긴 역사적인 음식이라고 볼 수 있죠.
원래 저희가 가려고 한 곳은 바로 유명한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인 '나가타야(長田屋 / NAGATA-YA)'였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처럼 서른 명은 족히 돼 보이는 대기인원이 줄을 설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죠. 결국 차선바카라을 찾기로 합니다.
원폭돔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오리즈루 타워의 1층에 있는 '밋짱 총본점(みっちゃん総本店 / Micchan Sohonten)'이라는 오코노미야키 식당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곳도 제법 평이 좋은 곳이기는 하더군요.
들어가려고 기다리면서 메뉴판을 살펴보는데 제법 다양한 구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모든 음식들이 맛있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오코노미야키를 먹기로 마음먹었던지라 고민 끝에 DX스페셜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환율로 하면 19,500원이나 되는 음식이었지만 첫 끼니여서 맛있는 걸 먹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 모두 이 메뉴를 골랐습니다.
식당에 들어와 주변을 살펴보니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기는 했습니다. 음식 종류가 많기는 했지만 다들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있는 듯했죠.
드디어 음식이 나왔습니다. 따로 오코노미 소스와 마요네즈도 있어서 요령껏 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더군요.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 만난 첫 번째 끼니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양파, 떡, 오징어, 베이컨, 새우를 비롯해 파까지 푸짐하게 뿌려진 토핑은 풍성한 느낌도 들었고 자세히 보니 음식의 양도 꽤 많았습니다.
당연히 맛도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오코노미야키는 우리나라의 전처럼 재료를 모두 섞어서 부치는 오사카식이었던 모양입니다. 층층이 쌓아서 굽는 방식인 히로시마식은 그 나름대로의 맛과 개성이 느껴졌습니다. 각 재료의 식감이 살아있는 장점이 있었죠. 히로시마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도 알 수 있었죠.
역사가 숨 쉬고 있는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는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 만했습니다. 다만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소소한 반찬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선배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90점으로 매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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