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2020년 초, 한 인기 수학강사가 라이브 방송에서 "공부 못하면 용접을 배워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가 대한용접협회까지 나서서 사과를 요구하는 파문이 일었습니다. 결국 그 강사는 사과를 하고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당시 그 발언이 논란이 됐던 이유는 단순히 한 사람의 실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슬롯가 얼마나 오랫동안 블루칼라 직업을 낮게 봐왔는지 불편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 인식이 이제는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직접 경험하기도 했죠. 예전에 초등학교 친구가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주변 친구들 중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에 살면서 해외여행도 자주 나간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반신반의했죠.
이번에 다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좌변기 때문이었는데요. 저희 집 변기는 물 내리는 곳이 벽에 매립되어 있습니다. 나름 고급진 방식의 시공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누수가 발생하는 등 문제도 많았죠.
그중에서도 더 큰 문제는 이 변기를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전국에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얼마 전 고장이 났길래 관리사무소를 통해서 수리하시는 분의 연락처를 받았는데 약속 잡기가 정말 힘들 거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이유는 "너무 바빠서"였습니다.
다행히 평일이었고 근방에 계셨던 터라 당일에 운 좋게 수리요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셔서 살펴보시더니 바로 설명을 하시면서 교체 시간과 비용도 말씀해 주시더군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기술이 필요하길래 그런가 궁금해서 저도 옆에서 구경을 했는데 제법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기는 하더군요. 일을 하시는 중에 나름대로 인터뷰 시도도 했는데 집에서 가까운 데가 아니면 아예 안 간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말 그대로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한다는 이야기였죠.
결국 양쪽 화장실의 장치를 다 교체한 뒤 약간의 할인을 받기는 했으나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수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갑자기 저도 이런 기술을 제대로 배워두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봉도 연봉이지만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일의 성과가 바로 눈에 보이는 방식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배관공이나 전기기사 같은 현장 기술직의 임금이 사무직을 추월하는 이른바 블루칼라 억만장자 현상이 화제입니다. UC버클리대를 졸업한 회계 담당자가 상사와의 갈등을 겪다 배관공으로 전직했는데 시급이 세 배 가까이 뛰었고 근무 시간은 오전 6시에 시작해 오후 2시 30분이면 끝난다는 인터뷰가 큰 반향을 불렀습니다. 미국 노동시장 자료를 보면 엘리베이터 기술자 연봉 중간값이 약 1억 5200만 원, 송전선 수리 담당자는 약 1억 3200만 원으로 전체 평균의 두 배에 달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AI가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문서 작성 같은 정형화된 사무 업무는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배관, 용접, 전기처럼 직접 손을 써야 하는 현장 작업은 AI가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포드 CEO가 AI가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입니다. Z세대 응답자 중 77%가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한 조사 결과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한국 현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특고압 케이블 작업공 일당이 40만 원을 넘고 용접공이나 비계공도 상위 고소득 직종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고숙련자 일당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현장에서 공공연히 나옵니다. 기능장 자격을 취득한 20대는 4년 새 1.6배로 늘었고 30대도 비슷한 증가세입니다. 젊은 세대들의 인식도 제법 달라졌죠.
쌍둥이 중3 아빠로서 이 변화가 더 실감 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진로를 고민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거든요. 저도 어릴 때부터 대학 졸업장이 곧 성공이라는 공식 아래서 자랐기에 솔직히 기술직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낍니다.
물론 장밋빛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초보자가 제대로 된 인수인계 없이 현장에 곧바로 투입됐다가 허리 부상을 입는 사례도 있습니다. 자격증을 따도 막상 현장에 오면 며칠 못 가 그만두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숙련 기술자의 말도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이제는 입에 발린 위로가 아니라 실제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아이들이 공부에 큰 흥미나 취미가 없다면 저는 단언컨대 다른 일을 시켜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늘 하기 싫으면 이야기해달라고 하죠. 다른 길 찾는 일을 도와주겠다고요. 아직은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지켜보는 중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소득의 차이도 많이 줄어들었으며 미래에도 최대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으니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야~ 야~ 야~~ 배관공이 어때서!
돈 벌기 딱 좋은 직업인데~
이 말이 반박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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