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5월 4일 밤 8시 40분,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벌크선 나무호 기관실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인 6명을 포함한 선원 24명은 다행히 모두 무사했습니다.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이 사건이 던지는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정부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원인이 나오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폭발 약 5시간 만에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해야 할 때인 것 같다며 군사작전 참여를 압박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같은 날 공개 석상에서 한국의 동참을 촉구하며 부채질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언급이 있은 지 채 이틀이 되기도 전에 트럼프는 또 말을 바꾸었고 군함 투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파병 압박도 잠시 멈췄습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속도였죠.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한국 관련 선박은 26척이고 한국인 선원만 160명에 달합니다. 원인 규명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의 소행으로 기정사실화하고 다시 한번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움은 컸습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이미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저가 항공사 스피릿 항공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항공유 가격 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창립 34년 만에 폐업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구제금융 협상이 결국 무산되면서 1만 7천 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조차 자국 항공사가 문을 닫는 상황은 트럼프의 지지율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죠. 한국 역시 원유 수입의 70.7%가 중동에서 오며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산업 각계에서의 타격은 꽤 심각한 상황입니다.
당장의 파병요청에는 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변했지만 또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이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파병을 결정하는 일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군함을 직접 보내 역할을 하게 되면 결국 한국도 전쟁의 행위자가 돼버리는 셈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계속 있기 때문입니다. 파병 시 호르무즈에 묶인 26척이 오히려 이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다급하게 손을 내미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바닥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대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사실상 적대국 관계입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미국과 전쟁을 치르는 이란에게 정보를 주며 몰래 도왔다는 의혹도 있죠. 하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유가가 폭등하자 올 3월부터 5월까지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거래를 허용했죠. 호르무즈 봉쇄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을 러시아산 원유로 메운 셈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도 이란의 외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자 미국은 중국의 이란 설득을 기대하며 대이란 군사 압박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적과 동맹의 경계는 국익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 있었습니다. 바로 광해군 때죠.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쳤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도움을 받았던 명나라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실질적인 군사 위협은 청나라에서 왔으니까요. 결국 어느 한쪽에 완전히 편승하지 않고 실리를 챙기는 노선을 택했습니다.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인조반정으로 이어져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적인 역사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광해군이 했던 선택 자체는 후대에 많은 학자들로부터 매우 이상적인 판단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는 미국이지만 이란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하는 선택은 신중해야 하죠. 되돌아올 수 있는 다리를 성급하게 끊어서는 안 됩니다. 그 선택의 후폭풍은 고스란히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테니까요.
얼마 전 일본은 총리가 이란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자국 선박의 안전 통항을 요청하며 4척을 무사히 빼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군함을 파견하지 않고도 외교로 실익을 챙기는 길이 가능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 전쟁은 절대 우리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끌려가서도 안 됩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원들이 하루빨리 안전하게 귀환하고 이 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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