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things

좋아하는 것은 힘이 된다

by펑예

나는 오래전부터 인간을 "취미형 인간과 관계형 인간" 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주창(?)해왔다. 삶의 에너지를 취미에서 얻는 사람과 관계에서 얻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인데, 쉽게 말하면 여가 시간에 뭔가를 하는 걸 즐기는 쪽,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를 하는 걸 즐기는 쪽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굳이 이런 말을 만든 것으로 알 수 있듯, 나는 취미형 인간이다. 주 관심 영역은 음악이었다.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러다 일이 커져서 아마추어 재즈 밴드 활동도 했다. 동호회에서 주최하는 공연에 겁도 없이 올랐던 첫 무대가 떠오른다. 지하 연습실에서 메트로놈에 맞춰 리듬을 두드리던 고독한 시간들이 보상받는 듯한 짜릿한 행복감은 말로 다 설명이 안 된다.


조금씩 리듬이 맞아지고 몸이 따라가며 실력이 성장하는 기쁨이 10이라면 앙상블의 기쁨은 100쯤 되는 것이었고 거기다 관객들의 호응이 따라오면 몇 배는 더 터졌다. 이 맛에 악기를 배우는구나 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악기를 다루는 데도 관심을 가졌고 앙상블 기회를 찾아서 활동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좋아 보인다는 반응보다는 "취미로 그렇게까지 한다고?" 하는 당황스러워하는 반응들이 더 많았다. 시간과 돈을 상당히 지불해야 하는 일이라 더 그랬던 것도 같다.


그렇게 공을 들인 취미 활동으로 뭐가 남는데?


그때 미묘했던 표정 속에 숨겨져 있던 진짜 질문은 이것이었던 것 같다. 취향이 맞아 모인 사람들끼리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사랑이 꽃피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면 좀 어린 친구들은 전공을 바꾸기도 했다. 이렇게 즐거운데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단을 내린 거다. 그렇다면 남는 걸까? 나로선 이도저도 아니었고 굳이 따져보자면 음악적 상식, 악보 보는 기술이 늘었고 좀 더 다양하고 폭넓게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 아, 그리고 슬롯성도 좋아졌다고 본다.


그러다 최근에 든 생각은 정신 근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찐하게 좋아할수록 살아갈 힘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향유하고 있는 동안 느끼는 그 행복감은 만병의 원인,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베스트셀러였던 <몰입>도 그런 이야기였다. 나를 잊게 만들 정도로 몰입해 있는 상태가 행복을 준다고. 삶의 곳곳에서 언제든 터지는 사건 사고로 인한 불안과 걱정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고 심리적 안전지대가 되어 주는 거다.


딥 취미인 덕질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와 영상을 보며 현생의 고통을 이겨나간다. 심지어 큰 병과 사고에도 위안을 받는다는 댓글이 종종 눈에 띈다. 이럴 때 댓글 창은 훈훈함 그 자체다. 좋아하는 마음을 같이 나누고 동병상련을 느끼며 서로 위로한다. 이것이 힘이 되지 않을 리가 없다.


대표적인 관계형 인간인 동생은 뭔가 배우는 데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해왔다. 덕질을 보면 취미는 뭔가를 배우는 데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개인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스스로 즐겨하는 자유로운 활동이다. 자발적으로 하는 즐거운 활동이 요체다. 그러고보면 누군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자발적으로, 충분히 즐긴다면 관계형 인간이라고 따로 나눌 것도 없을 것 같다.


하여간 좋아하는 것을 인식해나가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싫어하는 감정은 강렬해서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좋아하는 감정은 잔잔히 묻히는 경향이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유명한 곡인 <My favorite things> 가사처럼. 참고로 나는 이 곡의 재즈 버전에 빠져 재즈 드럼을 배우게 되었고 밴드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

장미꽃 위 빗방울과 아기고양이의 수염

Bright copper kettles and warm woolen mittens

밝은 색 구리 주전자와 따뜻한 울 장갑

Brown paper packages tied up with strings

줄에 묶인 갈색 종이로 포장된 소포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Cream-colored ponies and crisp apple strudels

크림색 조랑말과 바삭한 사과 스투르델

Doorbells and sleigh bells and schnitzel with noodles

초인종과 썰매 방울, 국수와 함께 먹는 슈니첼

Wild geese that fly with the moon on their wings

달까지 날아가는 야생 거위들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지


Girls in white dresses with blue satin sashes

푸른 새틴 끈이 달린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애들

Snowflakes that stay on my nose and eyelashes

내 코와 속눈썹에 내린 눈꽃

Silver white winters that melt into springs

봄으로 녹아내리는 은백색 겨울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When the dog bites, when the bee stings

개에 물리거나 벌에 쏘였을 때

When I'm feeling sad

슬픔을 느낄 때

I simply remember my favorite things

그럴 때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And then I don't feel so bad

그럼 기분이 좋아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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