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다리다, 나에게 돌아오는 순간
"올해는 귀인이 들어온다."
운세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문장 중 하나다. 요즘은 유튜브와 SNS에서도 '귀인을 알아보는 법', '귀인을 놓치지 않는 법' 같은 제목이 쉽게 눈에 띈다. 이야기는 대개 비슷하다. 인생을 바꿔 줄 결정적인 사람이 어딘가에 있고, 그를 알아보지 못하면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들이 조금 불편하다. 누군가를 만나 삶이 달라지는 일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이야기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보다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를 더 크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을 놓칠까 봐 불안하게 한다.
이렇게 쓰지만, 나도 그 불안을 잘 안다.
한동안 나는 내 인생을 바꿔 줄 무언가를 조급하게 찾았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 아닐까, 중요한 인연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괜히 나를 다그쳤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와서도 잠들기 전까지 SNS를 넘겼다. 내가 가지 않은 자리에 더 중요한 누군가가 있었을 것만 같았다.
그 시절 내가 귀인이라고 믿은 사람도 있었다. 오래 함께 일하며 존경하고 동경했던 사람이다. 그 인연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이 길의 조금 뒤에서 다시 꺼내게 될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귀인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고 있었다. 내 삶을 바꿔 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앞의 사람을 찾느라 뒤의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내가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내 삶에 흔적을 남겼다. 누군가는 나를 자라게 했고, 누군가는 나를 잠시 멈춰 세웠고, 누군가는 절대 닮고 싶지 않은 기준을 남겼다.
유독 불편했던 사람 앞에서는 내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내 모습이 보였다. 존경하는 사람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조용히 가리켰다. 무심히 지나친 사람들은 그때의 내게 아직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었다. 그들 중 누구도 내 삶을 대신 바꿔 주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을 거치며 나라는 사람의 윤곽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자 해야 할 일도 조금 분명해졌다.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는 대신, 지금 내 앞에 있는 일과 사람에게 마음을 쓰는 것. 인연을 억지로 넓히기보다 내가 하는 일에 성실한 것. 그렇게 지내다 보니 필요한 사람은 대개 그 길 위에서 만났다.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준 사람도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아니었다. 이미 곁에서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던 사람이었다. 다만 그때는 그가 귀인이라는 걸 몰랐다. 귀인을 찾느라 바빴으니까.
어쩌면 귀인은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고 나서야 알아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알아보는 눈은 기다리는 동안이 아니라 내 삶을 살아내는 동안 생긴다.
이제는 "올해는 귀인이 들어온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듣는다. 누가 올지 두리번거리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걷고 있는 길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로. 내 방향을 조금 더 정직하게 다듬으며 오늘을 살라는 말로.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그 숱한 인연 가운데 누가 귀인이었는지. 그리고 그 목록 어딘가에, 누군가를 기다리던 자리에서 일어나 제 길을 걷기 시작한 나도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