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오지 않을 이 순간

내일은 없다

byNorah

명상을 하며 호흡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 코 끝에서 향기가 났다. 은은하고 포근한 그 향기는 외부에서 갑자기 날아든 것이 아니라 나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기 냄새같단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감사함이 밀려왔다. 숨이란 1분만 못쉬어도 괴롭고 죽을 것 같은데 아무런 문제없이 호흡을 잘 하고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세상에는 수만가지 질병이 있고, 밥 한 톨도 잘못 걸리면 죽는 게 사람 목숨인데,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오만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을 이렇게 기적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생각과 감정들은 내가 이 순간에 집중했기에 가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 시간을 고민과 잡념으로만 채웠다면 절대 만나지 못할 소중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 만약 세상이 일주일 내로 멸망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동안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았고, 나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지금처럼 명상하고, 운동하고, 바카라읽고, 일기쓰고, 공부하고, 밥먹고, 떠들고, 많이 웃을 거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하루를 더 충만하게 살아보겠다고 말이다. 나중에 하지 않을 일은 지금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는 순간을 특정한 날을 위한 희생으로만 사용한다면, 그 날 역시 대단하거나 특별한 날이 될 수 없다. 오늘을 최고로 보내지 않으면 내일도 나중도 최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늘 그래 왔지만 특히나 요즘의 국제 정세를 보면, 이게 뭔 일인가 싶을 때가 더 잦아졌다. 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고, 또 다른 팬데믹, cbdc, ai특이점, 안면인식 시스템, 15분 도시같은 통제 슬롯 속에서 자유없이 살아갈 날도 머지 않았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인간다운 삶을 최대한 만끽하기 위해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보기로 선택했다.나무를 보면 끌어안고, 새와 꽃을 유심히 관찰하며, 하늘을 자주 보고, 자연의 색감을 더 깊이 눈에 담으려 한다. 또, 사람을 더 온화하게 살피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을 판단없이 오롯이 느끼려 한다.


흔하고 평범한 건 없다. 매일 마시는 공기도, 매일 보는 풍경과 사람도 내 시선에 따라 다채롭게 해석되고 있다. 그래서 더 자주 신기해하고 재밌는지도 모른다. 내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는 이유는 오늘이라는 순간보다 더 멋진 날은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과거는 생각할 필요도 없고 미래는 알아서 펼쳐질 것이다. 내 관심사는 오직 오늘 뿐이다. 나는 이 순간에만 살아 숨쉬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