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은 실전에서 빛이 난다
매번 여자와 돈 문제로 이모 속을 썩인 사촌동생이 있다. 몇 년 전, 걔가 나에게 상담한답시고 전화를 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독설은 다 퍼부었다. 그리고 '누나 니 함 두고 봐라'는 심정으로 살아달라고 말한 뒤 절교했다. 그 뒤로 애가 변해서 절에도 열심히 가고 온라인 게임 다니면서 주말엔 알바까지 한다며 이모도 엄마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부처님이 어쩌고 하면서 사람이 달라졌다고 했지만 나는 코웃음이 나왔다. 말은 번드르르하지만 그 사기꾼 천성이 바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한 친척에게 걔가 오랫동안 자기 돈을 안갚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친척은 걔 사정이 딱해서 큰 돈을 선뜻 빌려줬는데 아직까지 한 푼도 갚지 않고 돈 얘긴 꺼내지도 않으며 가끔 마주쳐도 뻔뻔하게 인사만 한다며, 이모가 알면 속상해하니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럴만한 애가 그럴만한 행동을 한 거라 사실 놀랍지도 않았다.
얼마 전, 가끔 나와 도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사람의 차에 탄 적이 있다. 여기서는 차가 막히는 상황이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도 없는 기사에게 다른 길로 못가냐며 짜증내고 무시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 양반도 말만 잘 주깨고 행동은 별 수 없구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법화경에는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은 척 하는 사람에 대한 말이 자주 등장한다. 나 역시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행동은 그대로인 적이 많아서 그 문구를 읽을 때마다 내심 찔렸다. 그래서 사람이 진짜 변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깨달음이 아니라 그 아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시간을 들여 마음공부를 하고 일기 쓰고 반성한들 실전에 들어갔을 때 좋지 못한 행동이 습관처럼 다시 기어나온다면 배우지 못한 사람과 다를 게 없으니까 말이다.
누구라도 혼자 있을 때는 세상 다 깨달은 사람이 되기 쉽다.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진짜 깨달은 사람은 산에서 홀로 지내지 않고 속세에서 뒤섞이며 연꽃처럼 주변을 정화시킨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싸우게 되거나 여행을 같이 가보면 몰랐던 그 사람의 본성을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에서 드러나는 행실을 관찰해봐야한다. 행동이 본심이고 행동이 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