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있다는 것

연예인병

byNorah

지난 주, 이 나라 지인의 딸이 중학교 졸업을 한다기에 따라갔다. 선물을 들고 학교를 방문하자마자 모든 시선들이 나에게 몰렸고 학생들은 놀라며 나를 둘러싸고는 수줍게 웃었다. 선생님들도 먼저 다가와서 인사하며 말을 걸고 나로 인해 학교가 빛이 났다며 고맙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이런 게 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날은 부담스러워서 못견딜 정도로 관심이 지나쳤다. 공연을 보고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요즘 유행하는 노래와 춤을 배운 뒤, 귀가하는 차안에서 인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은 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누굴 만나든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다 그게 거만한 마음으로 변질됨을 자각하고부터는 인기에 도취되거나 들뜨는 행동이 참 유치하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를 호의적으로 본다는 것은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며,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변함없이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사람들 역시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기보다는 한국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것이 더 클 것이다. 좀 모자란 한국인들도 여기에 오면 환대를 받게 되니 자기가 진짜 잘난줄 알고 거들먹거리며 오만불손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부끄러워지며 반성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내가 누리는 이 인기조차도 알고 보면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어쩌다 얻어 걸릴 때가 많고, 그래서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늘 겸손하고 감사하며 친절하게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감정에 취해 득될 것도 없는 짓을 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인간관계를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이유는 사람은 사람을 통해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의 이목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이 막상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인기에 취해 연예인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순수함을 잃고 자기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지며, 자신에게 향하던 그 다정하던 관심들이 한순간에 비난과 화살로 변하는 일을 겪기도 한다. 거만은 실패의 지름길이며 잘 나갈 때를 조심해라는 말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내적으로 결핍이 많을수록 외적으로 그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인기를 통해 인정 욕구를 채우려하지만 그럴수록 진정한 자기 발견과 깊은 유대감을 갖기가 더 어려워진다. 반대로,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은 굳이 인기를 얻으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은 매력이 넘치고 사람들은 매력적인 사람을 한 번 더 보고 싶어한다. 결국, 내가 나를 좋아하면 인기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되지만 인기가 더 많아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인기가 있다면 매력있는 자신에 감사하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인기가 없다면 기가 죽거나 남탓하며 정신승리하기 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인기는 그 유무에 집착하기 보다는 내 상태와 마음을 비추는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