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행복한 여자와 소름 끼치는 여자

사람다운 사람

byNorah

며칠 전 수영을 하고 올라와 복도를 걷는데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우리집인가 하며 문을 여니 에까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헤드폰을 낀 채 크게 노래를 부르고 어깨를 흔들어대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서 있었고 고개를 돌린 에까는 화들짝 놀라고는 호탕하게 웃어댔다. 나는 지금까지 전 세계 사람 통틀어 에까만큼 흥과 낭만과 정이 많은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일상이란 게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날이 즐겁게 지내도록 스스로를 북돋아야 한다고 말하는 에까. 내가 버리려는 옷이나 물건들도 자기에게 달라고 하며 득템했다고 좋아하고, 잘 먹고, 잘 웃고, 잘 자고, 없는 형편에도 아낌없이 주려고 하며, 말도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에까에 비하면, 나의 긍정과 유쾌함은 명함도 못내미는 수준이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들어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어떤 일로 만나게 된 사람의 아내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나의 첫느낌은 저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였다. 특별할 것 없는 겉모습에 웃고는 있었지만 눈빛과 풍기는 기운이 귀신같단 생각만 들었다. 나에게는 해 끼친 것도 없고 오히려 잘해주려고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계속 소름이 끼쳤다. 몇번 마주하고 보니 그 순한 남편과는 다르게 아주 독하고 못된 면이 있는 사람이어서 더이상 보지 않았다. 그녀는 보기 드문 고급차를 소유한 빌딩 부자였지만 그 마음 속엔 온통 질투와 복수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비난 뿐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신분이 낮다는 한 사람은 세상 밝게 지내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는데 누구는 풍요로워 보임에도 사람답지 않게 살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났다고 착각하며 지낸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가진 게 없으면서도 베푸는 마음과, 많은 것을 누려도 만족할 줄 모르고 인색한 마음은 어쩌면 타고난 기질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다 착한 면이 있다곤 하지만 사랑이 전혀 없는 악마들도 의외로 많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는 늘 신중해야 한다. 그 사람의 기운에 내 인생까지 휘말릴 수 있으니 말이다.


6학년 때 담임이셨던 할배 선생님의 자작시가 생각난다. 매일마다 우리에게 그 시를 크게 읽도록 시키셨는데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야 그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고 나는 이 시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사람아 사람아

사람이면 사람인가

사람이어야 사람이지


사람다운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고, 행복이 없는 삶은 삶이라고 부를 수 없다. 진정으로 살아있는 사람은 안 행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