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들어주소
몇달 전 처음 본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눈을 반짝였고 관상과 에너지가 밝아보였다. 일때문에 만났는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나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고 만난 목적과는 동떨어진 얘기들을 했다. 그래도 그 티키타카가 재밌어서 서로 많은 말을 쏟아내었다. 다음 날, 그녀는 얘기 도중 절친도 모른다는 비밀까지 나에게 털어놓고선 곧바로 자신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내 눈을 보니 온갖 얘기가 다 튀어나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리고는 사람을 이렇게 편하게 대해주고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나를 좋게 포장해주었다.
어제 아침엔 기사가 나를 데려다주면서 작년에 내가 해 준 말이 맞았다며 다 털어놓았다. 바람피다가 애가 생겼고 그 애를 지웠다고. 내가 미리 알려줬는데도 그렇게 되었다며 후회를 하면서, 그래도 나에게 말하고 나니 시원하다고, 그리고 잘 들어주고 조언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상대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그 믿음에 맞게 노력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더 깊이 들어주고 거기에 맞는 피드백과 안정감을 주려고 한다. 그러면 내 기분도 좋아지고 관계는 더 끈끈해진다. 타인과 내가 분리되지 않음을 경험하는 일은 쉽지는 않지만, 경청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가 되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엔 남의 말에 귀기울여 주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돌볼 여유도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연결이 약해지고 점점 고립되다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며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순간 마음이 열리고 숨기고 싶은 비밀까지 다 드러내게 된다. 그런 순수함이 서로 맞물릴 때 우정이 싹트면서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이 확 밀려오기도 한다.
배려가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고 그 배려의 첫걸음은 경청일 것이다. 배려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청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지만 동시에 나의 가치를 더 올려주기도 한다. 누구에게든 적극적으로 경청을 해주면 관계가 수월해진다. 잘 듣고 적절하게 반응하고 다름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