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고, 대충 살아도 괜찮다
며칠 전 안과에 다녀왔다.
눈이 자꾸 침침했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고, 오후가 되면 눈이 모래를 품은 것처럼 뻑뻑했다. 모니터를 오래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따갑고, 운전을 할 때도 초점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괜히 걱정이 되어 안과를 찾았다.
검사를 마친 의사 선생님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안구건조가 심하시네요.”
그리고 처방전을 건네주실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덧붙이셨다.
“힘을 좀 빼세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선생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콧노래도 자주 부르시고요. 멍도 좀 자주 때리세요.”
순간 웃음이 났다.
안과에서 이런 처방을 받을 줄은 몰랐다.
눈이 아픈데 처방이 ‘멍 때리기’라니.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내 눈만 마른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도 오래전부터 바싹 말라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늘 힘이 들어가 있는 사람이었다.
일할 때도.
아이를 키울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소파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내일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휴대폰을 보고, 아이들과 놀면서도 밀린 집안일을 떠올렸다.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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