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디자이너, 안상수 누구?

by와이아트



오늘 '한글날'은 훈민정음(訓民正音), 즉 오늘의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국경일이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 훈민정음 반포 580돌을 맞았다고 하니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p-a1-1200x1200-crop.jpg안상수 디자이너 (출처: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오늘은 한글날을 기념하여 와이아트에서도 ‘한글’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한글과 인접한 여러 예술가들이 있지만, 오늘은 안상수(Ahn Sang-soo, 1952-) 디자이너가 먼저 떠올랐다. 안상수는 1980년대 초부터 한글의 조형적 가능성을 탐구해 온 타이포그래퍼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이다.




안상수 누구?


안상수는 글꼴을 만드는 타이포그래퍼인 동시에 잡지와 바카라, 포스터를 디자인한 그래픽디자이너다. 즉, ‘한글’을 재료로 전시와 설치 작업을 펼친 예술가이자 출판인으로 불린다. 그의 다양한 활동을 관통하는 중심에는 언제나 ‘한글’이 있었다.


image_5302926801530625503107.png『꾸밈』 제호


안상수는 건축·디자인 전문지 『꾸밈』에 참여하고, 이후 『마당』과 『멋』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실험했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원고를 보기 좋게 배치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사의 기획과 편집, 글꼴과 조판, 이미지와 여백의 관계까지 잡지 전체를 디자인했다.


『마당』에서는 본문 조판에 흘려쓰기 방식을 적용하고 ‘마당체’를 만드는 등 글자가 지면에서 어떻게 읽히고 이미지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탐구했다. 안상수에게 디자인은 글자의 모양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독자가 글과 이미지를 경험하는 방식 전체를 구성하는 일이었다.


『보고서/보고서』 창간호, 1988년.


1988년 금누리와 함께 창간한 『보고서/보고서』는 이러한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난 작업이다. 2000년까지 총 17호가 제작된 이 잡지는 호마다 판형과 표지, 편집 방식이 달랐으며 텍스트와 이미지가 겹치거나 해체되고 흩어지는 파격적인 구성을 보여주었다. 『보고서/보고서』는 읽기 편한 잡지라기보다 글자와 이미지가 어디까지 변형될 수 있는지를 시험한 실험장이었다. 잡지이면서 하나의 창작물이었고, 때로는 전시 도록으로도 기능했다.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든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안상수, <문자도: 마르셀에의 경의>, 2001. (출처: 안그라픽스)


안상수는 글자를 의미 전달의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형태와 소리, 크기와 배열, 물질성을 지닌 시각 이미지로 다루었다. 2002년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한글상상》은 그의 작업이 타이포그래피를 넘어 미술의 영역과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 전시였다. <문자도: 마르셀에의 경의>는 별 모양으로 이발을 했던 마르셀 뒤샹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뒷머리에 자신의 이름 첫 글자 ㅇㅅㅅ를 이발해서 새겨 넣은 사진 작업이다. 그의 작업과 교육 철학에는 마르셀 뒤샹과 시인 이상에 대한 예술적 관심뿐 아니라, 세종의 문자 창제 정신과 주시경의 한글 연구 정신에 대한 오마주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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