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조각’이 전통적인 예술 장르라면, ‘설치미술’은 196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경향이다. 요즘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면 회화나 조각보다 설치 작품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우리가 만나는 작품의 절반 이상이 ‘설치미술’인 듯하다. 그래서 오늘은 설치미술은 무엇인지, 설치미술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회화나 조각의 경우, 예술가들이 작업실 등에서 완성한 작품을 전시 공간으로 가져온다. 이와 비교해 설치미술은 전시 공간의 여건에 맞게 작품을 설치하는 현장 위주의 작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설치미술 작가들에게는 어떤 장소에 작품을 놓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회화나 조각 등 전통적인 장르 또한 전시 공간에 미술 작품을 ‘설치’한다는 의미에서 설치미술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인 의미에서의 설치미술은 특정 장소에 특정 기간 동안 구축되는 공간 예술을 뜻한다.
서구에서 설치미술(Installation Art)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는 1960년대이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들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의 실험미술》 전시의 여러 작품들이 국내 설치미술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때는 ‘설치’보다도 ‘입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었다.
설치미술은 1960~70년대에 처음 사용됐을 만큼, 현대미술의 신조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용어를 정의하는 데 있어 약간의 모호함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술비평가 클레어 비숍(Claire Bishop)은 설치미술에는 하나의 역사가 있기보다는 여러 개의 평행한 역사가 존재하고, 그렇기에 오늘날 설치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되는 작품들은 상당히 다양한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어떤 설치 작품은 영화나 연극 세트장처럼 가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반면, 또 다른 설치 작품은 시각적 자극을 거의 제공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지각적 단서만을 제공한다. 어떤 작품은 촉각이나 후각과 같은 특정 감각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또 다른 작품은 이미지를 무한대의 거울 반사로 굴절시키거나 어둠 속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설치 작품은 이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설치미술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그럼에도 공통적 요소를 추출해낼 수 있다. 키워드는 바로 ‘관객의 경험’이다. 설치미술 작품은 관객이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지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설치미술에서는 개별 작품의 전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통합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즉, 관객의 참여와 체험 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설치미술에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일시성’이다. 설치미술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특정 전시 공간에 일시적인 기간 동안만 나타난다. 다른 미술 작품과 달리 짧은 기간 동안 전시된 뒤 해체되기 때문에 미술관뿐만 아니라 컬렉터들이 수집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미술제도에 안착하려는 시도를 거부하는 저항의 태도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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