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오윤》 전시 리뷰

by와이아트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19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오윤(1946-1986)의 작고 40주기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윤이라고 하면 굵고 힘찬 선으로 새긴 목판화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전시는 익숙한 대표작 너머에 자리한 그의 삶과 작업의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전시장에는 작품뿐 아니라 드로잉과 노트, 판화 원판, 출판물 등 서울시립미술관이 수집한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가 펼쳐져 있다.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예술가의 생각과 작업이 형성되어 간 시간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는 전시이다.


ISIMG-849798.JPG전시 포스터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명 : 《오윤》

전시 기간 : 2026.08.27. ~ 2027.02.14.

전시 장소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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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누구?


전시 리뷰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오윤이라는 작가가 누구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오윤은 민중미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민중미술’이라는 1980년대 미술 경향으로만 설명하기에는 깊은 예술세계를 지니고 있다.



부산에서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55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했으며, 196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미술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김지하 시인, 김윤수 미술평론가 등과 교류하며 미술이 슬롯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오윤 (출처: 나무위키)


1969년에는 오경환, 임세택 등과 함께 슬롯 현실을 다루는 《현실동인전》을 준비했지만, 학교와 관계기관의 압력으로 전시가 무산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경주와 고양 등에서 전돌 공장을 운영하고 테라코타 벽화를 제작했다. 이 시기는 흔히 작품 활동의 공백기로 여겨지지만, 오윤이 신라의 조각과 불교미술, 전통적인 흙의 감각을 가까이에서 익힌 탐색기이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전시에서는 이러한 오윤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메아리.jpg오윤과 출판미술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1970년대 후반부터 오윤은 바카라의 표지와 삽화를 위한 목판화를 본격적으로 제작했다. 우리가 스쳐 지나간 바카라 표지에도 오윤의 삽화가 상당히 많았다. 민중미술로만 생각했는데, 따뜻하고 정감 가는 삽화가 많았다. 여러 장을 찍어 널리 배포할 수 있는 판화는 미술관 밖의 대중과 소통하고자 했던 그의 생각에 잘 맞는 매체였다. 생업을 위해 출판미술을 했다기에는 그의 예술관과 상당히 잘 맞았던 매체가 아니었나 싶다.


오윤-_-마케팅-지옥도-1-캔버스에-혼합재료-162x131cm-1980.jpg오윤, 〈마케팅Ⅰ: 지옥도〉, 1980.


오윤은 1979년 ‘현실과 발언’의 창립에 참여했고, 이듬해 창립전에서 소비슬롯의 욕망을 풍자한 <마케팅> 연작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은 억압받는 노동자와 농민의 현실을 다루면서도 투쟁적인 구호에만 머물지 않았다. 탈춤과 판소리, 굿, 민화와 불교미술에서 가져온 형식을 통해 민중의 한과 해학, 생명력과 신명을 함께 표현했다. 굵고 힘찬 선으로 새긴 인물들은 고통에 짓눌린 존재이면서도 춤추고 웃으며 서로 어울리는 삶의 주체로 나타났다.


오윤, <칼노래>, 1985.


오윤은 1983년 간경화로 입원했고, 이듬해에는 진도로 내려가 요양하며 판소리와 북춤, 굿 등 지역의 전통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했다. 이 경험은 <북춤>, <천지굿>, <무녀>, <칼노래> 등 말년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가 오윤의 전성기로 보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의 대표작들이 이 시기에 몰려 있다.


오윤은 1986년 5월 서울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6월에는 부산에서 전시를 이어갔지만, 같은 해 7월 5일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0세였다. 소위 ‘천재 예술가’로 불리는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오윤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길지 않았지만, 그는 미술을 소수의 소유물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보고 나누는 언어로 바꾸고자 했던 예술가로 기억된다. 그가 위대한 작가로 기억되는 이유도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웃음, 저항과 생명력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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