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구정아 전시 감상 키워드 5가지

by와이아트



올해 개최되어 많은 기대를 받은 전시 중 하나로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개인전이 있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만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쉬운 작업들은 아니어서 오늘은 키워드 5가지로 감상 포인트를 살펴보려고 한다.


물론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와 배치되는 것이기는 하다. 작가는 의미를 확정짓기보다는 미끄러지게 만들고, 현실을 미묘하게 어긋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시를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하기 위한 포인트를 잡아보았다. 키워드 5가지는 우스, 유연한 마스터플랜, 비가시적 힘, 무시간성, 불투명성이다.


1788135298588_20260804_Koo-Jeong-A_LEEUM_Exhibition page-banner.jpg전시 포스터 (출처: 리움미술관)


전시명 : 《구정아: 우스모스》

전시 기간 : 2026.09.05. ~ 12.27.

전시 장소 :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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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스(OUSSS)


이번 전시의 제목은 ‘우스모스(OUSSSMOS)’이다. 우스모스는 1990년대 중반부터 발전시켜 온 고유한 개념 ‘우스(OUSSS)’와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COSMOS)’를 결합한 단어이다.


2003.62_ph_web-1.jpgKoo Jeong-A, Oslo, 1998. (출처: Guggenheim Museum)


물론 ‘우스’를 하나의 명확한 뜻으로 정의내릴 수는 없다. 하나의 독립된 단어이기는 하지만, 어근, 접사, 어간, 접미사 등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말이다. 다른 단어와 끊임없이 결합하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의미와 상태로 변형될 수 있는 언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스’를 이해해보자면, ‘우스’는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움직임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틈새에 존재하는 물질 및 에너지를 암시하는 개념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겠다.


14_Flammariousss_DSF7163_linear_top_close.jpg.pngKoo Jeong-A & Édouard Glissant, Flammariousss, 2006.


‘우스’의 이러한 성격은 2006년 구정아가 프랑스 철학자인 에두아르 글리상과 함께 제작한 『FLAMMARIOUSSS』에서 잘 드러난다. 구정아는 프랑스 출판사 Flammarion에서 발행한 프랑스어 사전인 ‘플라마리온 사전’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바카라에 원래 존재하지 않던 ‘OUSSS’라는 단어를 하나 추가하고 자신이 만든 정의를 삽입했다. 여기에 글리상이 「Qu'en est-il des mots?」, 즉 ‘말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글을 덧붙였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도 이 바카라은 ‘작가가 작성한 허구의 단어 Ouss의 새로운 정의를 추가한 사전’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우스’가 사전적 정의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우스는 여전히 무엇이라고 정확히 규정되지 않는다. 우스는 정의되기보다, “미래는 ousss일 것이다”, “ousss의 땅”처럼,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따라 의미가 생겨나는 말로 설명된다. 즉, 우스는 어떤 대상을 지시하는 명사라기보다, 사물과 상태가 아직 하나의 의미로 굳어지기 이전의 변형 가능성을 품은 말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koo-2012004-otro-photo-francois-lichtle.jpgOUSSS, a film by KOO JEONG A.


이후 우스는 ‘언어’에서 ‘이미지’와 ‘공간’으로 확장된다. 구정아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한 3D 필름 ‘OUSSS’에서는 프랑스 바시비에르섬에 조성한 야광 스케이트파크 <OTRO>가 하나의 주인공처럼 등장한다. 산과 계곡, 초원, 연기와 기하학적 형태, 발광하는 인공 지형이 서로 이어지고, 물리적인 세계와 비물질적인 세계 사이의 명확한 경계도 흐려진다. 이 작품에서 ‘우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의 ‘틈’을 통해 다른 현실을 발생시키고, 평소에는 보이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은 경험을 추적하는 개념으로 다가온다.


KOO_JEONG_A_EG_Y3A0695_Tretter.jpgKOO JEONG A, LAND OF OUSSS [GRAVITTA], 2026.


이런 맥락에서 이번 리움미술관 전시 제목 ‘우스모스’는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읽을 수 있다. ‘우스’ 뒤에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를 결합한 것인데, 기존의 우스가 하나의 의미에 정착하지 않고 물질과 에너지, 언어와 이미지, 실제와 비물질적 상태 사이를 이동해온 개념이라면, 우스모스는 그러한 우스의 원리가 작동하는 하나의 우주로 확장된 것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이 M2 전시장 안에만 놓이지 않고, 로비와 고미술 상설전시실, 건물 사이와 외부 공간 등에 흩어져 있다. 중력과 자력, 향과 소리, 빛과 어둠, 서로 다른 시간들이 하나의 장 안에서 느슨하게 접속한다. 하나의 중심이나 고정된 관람 경로가 없는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스모스’라는 제목을 이해해볼 수 있겠다.




2. 유연한 마스터플랜(Flexible Master Plan)


구정아는 자신의 작업을 ‘유연한 마스터플랜’이라고 지칭했다. 사실 ‘유연한’과 ‘마스터플랜’은 배치되는 단어이다. ‘마스터플랜’은 기본이 되는 계획을 뜻하는 것으로, 이미 정해진 중심 구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정아는 전체를 계획하되 결과를 완전히 결정하지 않고, 앞으로 일어날 변화와 우연을 계획 안에 포함시킨다는 의미에서 “유연한 마스터플랜”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구정아는 자신의 작업을 직접 3가지로 설명한 바 있는데, 유연한 마스터플랜, 상승적 융합(synergistic fusion), 끝없는 호기심(endless curiosities)이 그것이다. 이 표현들은 그의 설치가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완결된 형태에 고정되지 않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구정아는 작품이 작동할 기본적인 조건을 설정하지만, 공간에서 무엇이 어떻게 발생할지를 끝까지 통제하지 않는다. 장소와 빛, 온도, 관객의 움직임, 중력이나 자기장 같은 외부 조건에 따라 작품은 매번 다른 관계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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