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강요배(1952-)의 개인전이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민중미술 1세대 작가인 강요배는 리얼리즘 회화와 역사 주제화의 새로운 지평을 펼쳐 보인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제주 출신인 강요배는 제주의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 왔다. 작가는 삶의 풍경에 안온한 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늘할 때나 폭풍이 칠 때가 있는 것처럼 작품에도 저마다 다른 감정이 담겨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은 강요배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이번 개인전까지 다루어보고자 한다.
전시명 : 강요배 개인전 《소소, 반색》
전시 기간 : 2026.08.12. ~ 2026.09.12.
전시 장소 : 학고재
강요배는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화가이다. 그의 이름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과 함께인데, 1981년부터 1990년까지 미술동인 ‘현실과 발언’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독재와 냉전, 슬롯적 모순과 같은 당대 현실을 회화에 끌어들였다.
하지만 강요배의 초기 작업을 민중미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970년대부터 그는 삶과 죽음, 자연과 우주 같은 근원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추상과 구상을 오가는 조형적 실험을 이어갔다. 그의 초기 작업에는 현실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주, 빛과 어둠, 선과 악 같은 철학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나타난다.
<태극도>라는 작품을 보면, 붉은 태극이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그 주위를 구 형태의 붉은 덩어리들이 감싼 모습이다. 이 덩어리들은 마치 태극에서 나온 생명체처럼 보이는데, 인간이 생기기 전 천지창조의 순간처럼 붉은 산천(山川)이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진다. 원초적 신비성이 화면을 가득 메운 이 작품은 당대의 민중미술 실천을 넘어선다. 우주 전체를 고민하던 그의 예술적 지향은 이후 그의 삶과 예술의 근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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