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패트리샤 피치니니’ 전시 개막

by와이아트



호주의 설치미술가 패트리샤 피치니니(Patricia Piccinini, 1965-)의 국내 최초 미술관 개인전이 어제 개막했다. 피치니니는 실리콘, 유리섬유, 머리카락 등을 이용해 살아 있는 듯한 극사실적 조각을 선보이고 있는 호주의 현대미술가이다.


EXHI_202606301050548080.jpg전시 포스터 (출처: 수원시립미술관)


전시명 :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 기간 : 2026.07.23.(목) ~ 11.01.(일)

전시 장소 : 수원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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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특징이 뒤섞인 피치니니의 낯선 생명체를 처음 마주하면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지만,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연민과 애정이 생긴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통해 우리가 ‘인간다움’과 ‘생명’을 바라보는 기준을 되묻는다.


유전자 편집과 인공지능, 생명공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 피치니니의 작품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그는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진 세계를 그리며 새로운 존재들과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이러한 작가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여서 추천하고 싶다.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작품세계


피치니니의 작품을 감상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기괴함’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은 단순히 관객들에게 기괴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는 소위 ‘하이브리드(hybrid)’라고 부르는 잡종, 혼종의 생명체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에게 인간 이외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는 ‘하이브리드’라는 용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용어가 하나의 개체를 칭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데, 작가가 존재들을 지칭할 때 선호하는 용어는 ‘생명체(creature)’이다. ‘존재하는 것(being)’ 그 자체에 가치를 두는 작가의 사고에 기반하여 작품을 감상하길 권한다.


스크린샷 2026-07-22 오후 7.25.33.png패트리샤 피치니니, <플라스티콜로지(Plasticology)>, 1997.


피치니니의 작품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비인간’을 제시하고 싶다. ‘비인간’은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뜻인데, “비인간적”이라고 할 때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품지만 요즘 철학에서 말하는 비인간은 인간 이외의 존재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인간이 꼭 생명체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AI’도 비인간 존재이고, 우리 눈앞에 놓인 ‘사물’도 비인간에 포함된다. ‘자연’도 비인간으로 볼 수 있다.


피치니니는 ‘자연’이라는 비인간을 주로 다루는데, 그는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제 자연은 우리가 통제할 있는 무언가가 아니게 되었다. 작가는 ‘현 시대의 자연스러운 환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다음과 같은 작품을 선보였다.


<플라스티콜로지>는 57개의 모니터를 통해 컴퓨터로 만들어져 합성된 가상 식물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바람에 쓸리는 양치식물들과 나무들로 이루어진 가상 숲을 보여준다. 이것은 자연 환경을 매개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규칙과 기준을 가진 생태시스템이다. 이 작품은 감지 센서를 통해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새를 표현한다. 새는 관객이 모니터에 접근하면 멀리 비행했다가 관객이 물러난 후에야 돌아온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환경이 알고보면 얼마나 인공적인 것인지를 상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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