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천(b. 1989)은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시지각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해 변형된 실재의 감각을 다루는 작가이다. 작가는 주로 페이스 스왑(얼굴 바꾸기) 모바일 앱이나 VR, 구글 어스 등 현실의 시공간을 데이터로 치환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김희천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미술관과 갤러리, 비엔날레 등에서 그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김희천의 작품세계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시공간과 신체를 다루는 작품이 많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2015년 <바벨>이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각예술가로 활동하게 된다. <바벨>은 2014년 작가가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당시 느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 작품인데, 아버지가 자전거 사고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면서 당시 아버지가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가 그날의 유일한 데이터로 남게 된다.
작가는 건조한 내레이션과 흑백 영상을 통해 아버지의 마지막 기록을 더듬어 나간다. 그는 사고 장소였던 올림픽대로 일대를 3D 지도를 통해 훑으면서 스크린 속 세계를 유영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만약 이 세계가 그저 백업된 데이터일 뿐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다루면서도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드러낸다. 가상과 실재가 중첩되며 우리의 신체가 변화하는 양상은 이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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