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위너의 개념미술 읽는 법

by와이아트



벽면에 부착된 커다란 글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어로 쓰인 글씨가 대부분이지만, 한글로 된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로렌스 위너(Lawrence Weiner, 1942-2021)의 ‘언어’로 된 개념미술이다.


IMG_6889.png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 전경


로렌스 위너는 개념미술의 대가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로 꼽힌다. 위너는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바카라, 포스터, 비디오, 설치 등의 다양한 매체에 언어를 도입하는 작업을 지속한 예술가로서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2023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국내 최초로 개인전이 열려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해볼 수 있었다.


얼핏 단순한 작품 같아 보이지만, 위너의 작품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미술사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오늘은 언어 조각, 개념미술, 의도의 진술, 저자의 죽음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위너의 작품을 탐구해보려 한다.




로렌스 위너 누구?


미국의 조각가 로렌스 위너가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였다. 뉴욕에서 출생한 그는 당시 미국화단에 등장한 다양한 예술 경향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간다.


Interview_digital_web_2020_sept_Lawrence_Weiner_portrait_1.jpg(출처: Interview Magazine)


당시 미국화단에는 다양한 사조가 등장했으나, 위너의 예술적 지향점은 예술과 일상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는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예술이 어떻게 인간이 직면한 현실을 반영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나에게 있어 예술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사물간의 관계이자 인간을 둘러싼 사물 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 로렌스 위너


당시 뉴욕 화단에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위너는 이러한 작품들이 작가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불과하다고 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인 예술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article01_large-42.jpg.png로렌스 위너, <탁자위의 돌>, 1962-1963. © Lawrence Weiner (출처: Artforum)


예술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는 일상적인 재료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첫 작업인 <탁자위의 돌>을 선보이면서 전통적인 조각 작품에서 사용되는 ‘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브루클린 다리에서 주워온 석회암을 직접 제작한 나무탁자에 올려둔 뒤 몇 달에 걸쳐 겉면을 다듬었다. 그 다음은 돌을 한 탁자에서 다른 탁자로 이동시키면서 관찰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위너는 이 작품을 통해 일상에서 찾은 오브제가 어떤 공간에 놓이더라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article04_large-22.jpg.png로렌스 위너, 프로펠러 회화 연작 중 세부, 1963. © Lawrence Weiner (출처: Artforum)


일상적인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을 시도하던 위너는 첫 번째 개인전에서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프로펠러 회화’ 연작으로 불리는 이 작품에서 그는 텔레비전 조정 화면을 차용해 프로펠러 형태로 표현했다.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에 프로펠러 모양과 같이 구획을 나누고 윤곽을 검은색으로 칠한 뒤 각 칸에 다양한 색을 채운 것이다. 텔레비전 조정 화면은 어떤 국가에서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이미지인 만큼, 그는 이때부터 관객이 쉽게 인지 가능한 도상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와이아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당신을 위한 현대미술 감상 가이드 (*멤버십 콘텐츠 매주 화, 금, 일 발행)

61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5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