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테러 당한 사건이 있었다. 급진적인 이슬람 단체인 알카에다에 의한 것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예술가들은 신중하지 못한 논평을 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일종의 예술작품이다. 사악한 일이었지만, 이러한 충격을 주기 위해 그러한 방식으로 고안되었다. 그것도 시각적으로 고안되었다.”
- 데미언 허스트
허스트의 말처럼 9·11 테러를 미적인 것으로 혼동하는 일은 전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적 측면 뿐 아니라 시각적 측면에서 시대를 특징짓는 사건이었음은 분명하다. 실제로 할 포스터(Hal Foster)를 비롯한 비평가들은 9·11 이후 비상사태 시기의 문화정치가 미술에도 변화를 미쳤다고 분석한다.
9·11은 미국의 세계적 지배력과 관련해 중대한 전환점이 된 사건이다. 미술 분야에서도 미국의 뉴욕이 더 이상 우위를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미국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가고 있지만, 이제 ‘예술을 선도하는 국가’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의미해진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로 초래된 복잡한 예술 게임에서 ‘서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많이 와해된 것이다.
2000년 이후의 글로벌 미술계를 반추해보면, 이제 ‘중심’과 ‘주변’에 대해 말하는 것이 문제시되는 듯하다. 한때 무시하는 태도로 ‘주변국’이라 불렸던 곳에서 점점 더 많은 예술가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서양 작가들도 다른 지역에서 작업을 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테러에 대한 공포와 함께 디아스포라(이주)가 일어났고, 서구와 비서구의 경계가 흐려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또한 미술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경기 침체로 공공 미술관들부터 예산을 삭감했고, 이는 미술계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하였다. 이처럼 2000년 이후의 변화한 세계는 동시대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0년대 이후 두드러지는 미술 현상 중 하나는 바로 ‘자본의 스펙터클’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술계의 구조도 그렇지만, 개별 작가들의 작업 세계 내에서도 현대 후기 자본주의 세계를 묘사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작업이 그 예인데, 대도시나 대형 행사 같은 소재를 통해 글로벌화된 후기 산업 슬롯를 묘사하는 작품들이다. 위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 중 하나인 상하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33층 아트리움을 찍은 것이다. 이 작품은 사진 자체의 크기도 약 2.7m×1.8m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크다. 처음에는 눈부신 노랜색과 확실한 대칭성에 압도되지만, 관람자는 지붕도 바닥도 없는 공간처럼 묘사된 이 실내에 작게 보이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인격성과 체계성을 강조하는 이 작품은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힘이나 구조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무력감에 대한 은유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이 세계의 경제 대국으로서 미국을 능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21세기 초 세계 권력 이동을 상징적으로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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