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안치소에서 깨어나다 Waking Up at the Morgue:
눈을 뜨면 천장부터 보인다. 몸을 일으키기 전에는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 게임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이름 없는 자가 깨어나는 곳은 시길의 안치소다. 살아 있는 사람이 누워 있어도 되는 자리가 아니며, 옆에서 말을 거는 해골 모트도 친절한 병원 직원과는 거리가 멀다.
몸에는 상처와 문신이 있고,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보통 게임이 이름과 직업을 정한 뒤 모험을 시작한다면, 이 게임은 이미 오래 사용한 몸을 건네고 그 몸의 주인을 알아보게 한다. 주인공 소개가 끝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몸을 살피는 행동부터 소개가 된다.
Waking Up at the Morgue는 죽음 이후의 공간에서 생존을 발견하게 하는 시작이다. 실제로 죽었다 살아났는지, 죽은 것으로 오인되었는지, 일부러 죽음을 꾸몄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시체가 일어났다는 그림 하나로 그 이유까지 모두 결정할 필요는 없다.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에서 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주변 설명을 듣기만 하는 빈 그릇이 아니다. 몸에 남은 흔적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전 행동을 가리킨다. 지금의 판단과 과거의 선택이 같은 사람의 것인지부터 의심할 수 있다. Amnesiac Hero가 되찾아야할 지식이라면, 안치소와 몸의 흔적은 그 빈 곳에 당장 조사할 대상이다.
모트가 도와준다고 해서 그가 아는 모든 것이 곧장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동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자기소개가 부족해서 이야기가 멈추는 대신, 자기소개를 완성하려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안치소의 질서는 이 곤란함을 더 구체적으로 만든다. 죽은 사람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공간에서 살아 있는 몸은 처리 절차의 예외다. 영웅이라는 호칭보다 이상한 시체라는 분류가 먼저 나온다. 거대한 세계관을 설명하기 전에 주인공이 그 세계에서 어떻게 취급되는지 보여주는 도입이다.
슈퍼패미컴 게임 〈섀도런〉의 제이크 아미티지도 안치소에서 깨어난다. 직원들은 일어난 몸을 보고 놀란다. 제이크는 기억을 되찾는 일과 자신을 죽이려 한 자들로부터 살아남는 일을 함께 시작한다. 누군가 죽었다고 믿는 상황은 위험한 오판이지만, 추적을 잠시 피하게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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