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과 적대하는 인물이 서로 사랑하면서 대결과 관계가 뒤엉키는 이야기. 1940년 Batman #1에서 처음 만난 이후, 낮이나 밤이나 서로 쫓고 쫓기는 적대 관계이면서도 끊임없이 밀당을 하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복잡한 매력을 보여준 둘에서 유래.
형사가 연인에게 도둑을 못 잡겠다고 푸념한다. 연인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을 내라고 한다. 평범한 데이트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듣고 있는 여자가 바로 그 도둑이다. 만화 〈캣츠 아이〉는 이 곤란한 관계를 일상의 대화 속에 넣어둔다.
형사 토시오의 연인 히토미는 언니와 동생과 함께 미술품을 훔치는 괴도다. 자매들은 아버지와 관련된 작품들을 쫓고, 낮에는 경찰서 앞에서 카페를 운영한다. 토시오는 자기가 찾는 괴도의 활동명과 같은 이름을 단 그 카페에서 연인을 만난다. 독자에게는 너무 가까이 있는 답이 형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토시오가 수사를 잘하면 연애가 위험해진다. 히토미가 도둑으로서 성공하면 연인이 온라인 게임에서 곤란해진다. 둘을 응원하면서도 어느 쪽이 완전히 이기기를 바라기 어려워진다. 적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이렇게 단순한 승리의 방향부터 흐트러뜨린다.
〈캣츠 아이〉에서 재미있는 것은 히토미가 토시오를 만나려면 도둑의 정체를 숨겨야 한다는 점이다. 둘은 아직 고백하지 못한 사이가 아니라 이미 연인이다. 그래서 평범하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서도 관계 전체를 솔직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토시오의 푸념을 듣는 히토미를 보면, 한 문장이 두 사람에게 다르게 전달된다. 토시오에게는 힘들었던 하루의 이야기다. 히토미에게는 자신을 쫓는 수사의 진행 상황이기도 하다. 그녀가 연인을 위로하는 마음과 그가 알아내면 곤란한 사실이 같은 자리에서 움직인다.
이때 독자는 형사보다 많은 정보를 갖는 극적인 아이러니 Dramatic Irony의 자리에 있다. 히토미가 위기를 넘기면 안도하면서, 토시오가 또 진실을 놓치면 웃게 된다. 하지만 수사가 끝없이 실패하기만 하면 형사의 매력도 줄어든다. 가까워지되 당장 밝혀지지는 않는 거리가 추적극과 연애를 함께 움직인다.
이 관계에서 가장 큰 폭탄은 다른 사람의 등장보다 사실 한 가지의 공개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내가 잡으려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토시오는 연애와 직업을 따로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은 따로 놓아둔 두 사람의 이름이 언젠가 하나로 합쳐질 것을 알기에, 카페에서 나누는 평범한 대화도 긴장을 갖는다.
영화 〈D.E.B.S.〉의 에이미는 비밀 요원 교육기관의 우수한 인재다. 동료들과 함께 악명 높은 범죄자 루시 다이아몬드를 추적한다. 그런데 루시와 마주친 에이미는 그녀에게 끌리고, 두 사람의 만남은 수사와 체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에이미가 사라지자 동료들은 루시의 은신처를 찾아 구조에 나선다. 요원이 위험한 범죄자의 손에 들어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판단으로는 명백한 구출 작전이다. 그러나 에이미는 그곳에서 구출되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장소가 밖에서는 적의 소굴이고, 안에서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곳이다.
이런 장면은 단순히 악당에게도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동료들은 에이미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 전에 자신들이 아는 역할에 맞춰 상황을 설명한다. 우수한 요원은 악당을 쫓아야 하고, 잡혔다면 당연히 탈출하고 싶을 것이다. 에이미가 자발적으로 루시와 시간을 보낸다는 가능성은 그 설명 밖에 있다.
에이미는 이제 루시를 좋아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도 말해야 한다. 조직이 자랑하는 우수한 인재라는 평가가 자기 바람과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그녀에게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받아온 칭찬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의 가벼운 첩보극 형식은 그 충돌을 웃음으로 바꾼다. 추적하고 구출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당사자의 마음은 가장 늦게 알아챈다. 관객은 임무가 성공하기를 바라다가, 어느 순간 그 임무가 연애를 망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게임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에서 아르노와 엘리즈는 어린 시절부터 가까웠다. 성인이 된 둘은 각각 암살단과 성전기사단에 속한다. 이 세계에서 두 조직은 오랫동안 싸워왔다. 연인을 믿는 일과 자기 조직의 적을 믿는 일이 같은 선택이 된다.
차이는 겉으로 드러난 표식에만 있지 않다. 엘리즈는 아버지를 죽인 자에게 복수하려 하고, 아르노는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바카라감을 안고 있다. 같은 사람을 추적해도 둘이 원하는 결말과 서두르는 이유가 다를 수 있다. 같은 편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모든 판단이 같아지지는 않는다.
이 갈등이 몸으로 드러나는 상대는 아르노의 스승 벨렉이다. 벨렉은 두 조직의 화해를 원한 암살단 지도자 미라보를 죽이고 엘리즈에게 의심이 향하도록 꾸민다. 진실을 추적한 아르노는 자신을 가르친 스승과 싸우게 된다. 익숙한 조직의 표식이 더는 누가 옳은지 알려주지 않는다.
플레이어에게 이 장면은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르노를 움직여 벨렉과 맞서야 한다. 함께 싸우는 법을 배운 사람이 이번에는 쓰러뜨려야 할 상대가 된다. 연인을 믿는다는 감정이 실제 전투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이후 아르노는 조직의 명령을 거듭 어긴 일로 추방된다. 이를 단지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린 선택으로만 보면 벨렉의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가 흐려진다. 자기편 안에도 적과의 공존을 막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사람이 있다. 아르노는 사랑과 의무 중 하나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의무를 져야 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
히토미의 비밀은 관계가 계속되도록 하고, 아르노의 공개적인 편들기는 이전 위치로 돌아가기 어렵게 만든다. 정체를 숨긴 채 만나는 장면과 알아도 함께 있는 장면은 서로 다른 장치를 필요로 한다. 전자에서는 폭로가 큰 사건이지만 후자에서는 새 사실보다 같은 상대를 다시 선택할 이유가 중요해진다.
〈루팡 3세〉의 여러 애니메이션에서 루팡과 미네 후지코는 서로의 속임수를 안다. 후지코가 보물을 위해 루팡을 이용하거나 다른 편과 손잡는 일이 관계를 단번에 끝내지 않는다. 루팡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순진한 피해자로만 남지 않는다. 믿지 못한다는 사실까지 알고 다시 가까워진다.
〈캣츠 아이〉의 토시오에게 결정적인 문제는 아직 모르는 정체다. 루팡에게는 정체를 안다는 사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욕망이 있다. 배신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상대를 원한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폭로를 향해 한 번만 달리는 대신 매번 이번에는 어디까지 협력할지 새로 흥정한다.
이 반복을 사랑이 모든 잘못을 용서한다는 선언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장면의 매력은 서로 상대를 완전히 바꾸지 못한다는 조건에 있다. 다만 계속 속고 상처받는 관계를 밖에서도 본받을 이상으로 제시하는 것과, 위험을 아는 두 인물의 줄다리기를 허구에서 즐기는 것은 다르다. 상대를 원하는 마음이 신뢰와 같은 감정은 아니라는 차이를 남겨둘 수 있다.
애니메이션 〈아바타: 아앙의 전설〉에서 마이는 불의 제국 공주 아줄라와 함께 움직인다. 연인 주코는 아버지와 제국의 노선을 떠나 아앙을 돕는 쪽을 택한다. 사적인 관계가 유지되려면 이제 국가와 조직의 편 가르기를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보일링 록 감옥에서 주코 일행의 탈출이 위험해졌을 때 마이는 그들을 돕는다. 아줄라를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주코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뜻을 밝히며 맞선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누구의 명령을 거부하고 누구를 살려 보낼 것인지 결정하는 행동이다.
Defecting for Love는 사랑 때문에 기존 진영을 떠나는 전개다. 루팡과 후지코의 관계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채 만남을 반복한다면, 마이는 한 장면에서 소속의 대가를 치른다. 두 방식의 재미는 다르다. 한쪽은 바뀌지 않는 상대를 계속 원하는 긴장에 있고, 다른 쪽은 관계를 지키려면 기존의 안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단에 있다.
적과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매번 만나야 한다면 만남 자체가 각자의 일을 바꾸어야 한다. 체포를 늦춘 형사는 동료에게 빈 시간을 설명해야 하고, 도둑은 연인에게 감춘 계획 때문에 범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 비밀을 들킬 뻔한 우연만 반복하는 대신 연애를 유지하려고 고친 계획이 새 사건을 부르게 할 수 있다.
Enemy Mine은 적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Dating Catwoman을 결합하면 협력할 이유와 협력을 그만두기 어려운 이유가 달라진다. 위험을 막기 위해 잠시 손을 잡는 데에는 서로 좋아할 필요가 없지만, 함께 보낸 시간이 끝나기를 아쉬워하면 다음 만남이 문제가 된다. 임무의 종료가 관계의 종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새로 만든 도둑과 형사의 이야기에서 둘이 같은 살인범을 쫓는다고 해보자. 도둑이 훔친 장부에는 범인을 잡을 증거와 도둑 자신의 범행 기록이 함께 있다. 형사가 증거를 넘겨받으면 수사는 진전되고, 도둑은 도망칠 이유가 커진다. 서로를 믿는다는 대사를 늘리는 대신 장부를 누가 들고 어느 문으로 나갈지 결정하게 하면 마음과 직업이 한 동작에 걸린다.
긴장을 유지하려면 양쪽에 협상할 수 없는 것도 있어야 한다. 형사는 다른 피해자의 기록을 지울 수 없고, 도둑은 공범의 신분을 넘길 수 없을 수 있다. 모든 조건을 사랑으로 양보하면 상대가 달라도 같은 해결이 된다. 한 항목에는 합의하고 다른 항목에서는 끝내 다투어야 이 두 사람이 협력하는 방식이 생긴다.
루팡과 후지코처럼 다시 만날 수 있는 관계와 마이처럼 공개적인 선택으로 진영을 떠나는 관계도 구분해야 한다. 사랑을 위한 배신 Defecting for Love를 택한다면 다음부터는 배신한 조직이 두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하다. 매회 처음처럼 같은 편으로 복귀시키면 이전 결단의 비용이 사라진다. 반대로 관계를 반복하고 싶다면 헤어진 뒤에도 서로에게 필요한 일이 남아 있어야 한다.
형사가 체포하겠다고 말하고 도둑이 다음 만남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은 가볍게 끝낼 수 있다. 하지만 형사가 넘겨받은 장부를 실제로 제출하는 모습까지 붙이면 웃음 뒤의 약속도 남는다. 좋아하므로 이번에도 만나겠다는 뜻과 좋아해도 그 일을 없던 것으로 할 수 없다는 뜻이 같은 관계 안에서 공존한다.
적대감 아래의 연애 암시 — Foe Romance Subtext: 적대하는 두 인물의 말과 행동에 연애처럼 읽힐 여지를 남긴다.〈다크 나이트〉(영화): 조커는 배트맨을 자신을 완성하는 존재처럼 말하며 두 사람의 대결에 기묘한 친밀함을 더한다.
적과도 쉬는 시간은 함께 — Go-Karting with Bowser: 적대하는 인물들이 함께 게임을 하거나 여가를 보내며 평온하게 어울린다.〈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영화): 홈즈와 모리아티는 서로의 계획을 겨루면서도 체스판 앞에서는 교양 있는 상대처럼 마주 앉는다.
적이 건네는 위로 — Enemy Compassion: 평소 맞서던 상대가 고통에 빠졌을 때 적대심을 잠시 내려놓고 돕거나 위로한다.〈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드라마): 버피를 해치러 간 스파이크는 그녀가 어머니의 병 때문에 울고 있자 무기를 감추고 옆에 앉아 위로한다.
법의 양쪽에 선 가족 — Cop/Criminal Family: 가까운 가족이 법을 집행하는 쪽과 범죄를 저지르는 쪽으로 갈린다.〈아울 하우스〉(애니메이션): 에다는 법을 어기는 마녀이고 언니 릴리스는 황제의 조직을 이끌며 에다를 붙잡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친구 같은 적 — Friendly Enemy: 서로 맞서는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친밀함과 존중을 나눈다.〈역전재판〉(게임): 변호사 나루호도와 검사 미츠루기는 법정에서 대립하지만 진실을 찾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사랑 때문에 악행을 택하다 — Love Makes You Evil: 사랑을 얻거나 지키려는 마음이 악행을 저지르는 동기가 된다.〈배트맨〉(만화): 정신과 의사였던 할리 퀸은 조커에게 빠져 그의 탈출을 돕고 범죄에 가담한다.
악인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다 — Even Evil Has Loved Ones: 잔혹한 인물도 특정 상대에게는 진실한 사랑과 애착을 보인다.〈맥베스〉(희곡): 살인을 꾸미는 맥베스 부부는 서로를 깊이 의지하는 부부이기도 해 악행과 친밀함이 함께 드러난다.
악당도 부모 앞에서는 자식 — Even Bad Men Love Their Mamas: 악하거나 거친 인물이 부모에게 보이는 애정으로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다.〈데드 엔드〉(희곡): 갱스터 베이비페이스 마틴은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살인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상처받는다.
사근사근한 악당 — Affably Evil: 친절하고 붙임성 있는 태도가 잔혹한 목적과 한 인물 안에 공존한다.〈007 네버 다이〉(영화): 카우프만 박사는 본드를 고문해야 한다는 말을 난처한 업무 부탁처럼 공손하게 꺼낸다.
잔혹함에 반하다 — In Love with Your Carnage: 상대가 폭력적으로 싸우거나 파괴하는 모습을 보고 매혹되거나 집착한다.〈배트맨: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애니메이션): 할리가 자신에게 총을 겨누자 조커는 그녀가 정말 쏠 마음이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애정을 보인다.
사람 대신 환상을 사랑하다 — Loving a Shadow: 실제 상대보다 자신이 만들어낸 이상적인 모습에 사랑을 쏟는다.〈위대한 개츠비〉(소설): 개츠비가 오랫동안 키운 데이지의 이상적인 모습은 다시 만난 실제 데이지가 채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사랑하던 사람의 배신 — Love-Interest Traitor: 연애 상대가 적이었음이 드러나거나 중요한 순간에 주인공을 배신한다.〈원 헌드레드〉(드라마): 렉사는 클라크에게 호감을 보인 뒤에도 자기 사람들을 구할 거래를 위해 클라크와의 동맹을 저버린다.
자기 원칙을 지키는 악당 — Noble Demon: 악당의 편에 서 있어도 비겁하거나 잔혹한 수단을 모두 허용하지는 않는다.〈메가마인드〉(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는 숙적을 정말 죽였다고 믿게 되자 처음에는 충격을 받고, 승리 뒤에도 자신이 원하던 악당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사악해 보이는 힘의 선한 주인 — Bad Powers, Good People: 악에 속한 듯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그 힘으로 사람들을 도우려 한다.〈고스트 라이더: 복수의 화신〉(영화): 조니 블레이즈는 어둠에서 나온 힘도 자신을 규정하지 않으며 사람을 돕는 데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반갑지 않은 구애자 — Abhorrent Admirer: 호감을 표현하는 상대를 주인공이 심한 불편함이나 거부감으로 받아들인다.〈디스크월드 II〉(게임): 의상 담당 난쟁이가 린스윈드에게 호감을 드러내지만 린스윈드는 그 관심을 부담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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