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기술이 사용자 자신에게 치명적인 손상이나 대가를 요구한다.
〈파이널 판타지 IV〉에서 텔라는 가장 강한 마법을 찾는다. 딸 안나를 잃은 노마법사에게 메테오는 화려한 수집품이 아니다. 골베자를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그것을 쓰고 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주문이다.
문제는 텔라가 그 마법을 기억해 낸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알고 있는 주문과 감당할 수 있는 주문은 다르다. 플레이어가 평소 텔라의 마력으로는 메테오를 사용할 수 없다. 마법 목록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선택지가 생기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골베자를 마주한 순간, 텔라는 그 불가능한 주문을 사용한다. 화면에서 거대한 힘이 터지고, 그 힘을 끌어낸 사람은 쓰러진다. 그렇게 기다렸던 기술을 드디어 보았는데도 새 무기를 얻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써 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던 인물을 잃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배우지 못한 기술은 미래를 뜻한다. 레벨이 오르거나 조건을 채우면 언젠가 쓸 수 있다. 텔라의 메테오는 조금 다르다. 주문을 습득한 뒤에도 남아 있는 제한이 그의 노쇠한 몸과 맞물린다. 성장을 기다리게 하는 칸이면서 동시에, 그 사람이 이미 지나온 세월을 보여 주는 칸이 된다.
그래서 골베자 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평소의 전투와 다른 감정을 낳는다. 같은 동료를 조작하며 안전하게 관리하던 플레이어는 이제 그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체력을 회복하고 다음 전투에 데려가던 방식으로는 이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
더 쓰라린 것은 텔라의 희생이 골베자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장 비싼 대가를 치렀으므로 가장 큰 성과가 보장되는 거래가 아니다. 복수할 힘을 얻었다는 것과 복수를 끝냈다는 것 사이에 간격이 남는다. 텔라의 분노는 그 간격까지 계산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 장면은 금지된 기술의 경고를 새롭게 들리게 한다. ‘사용하면 위험하다’는 말은 결전 전에 긴장을 끌어올리는 장식에 머물지 않는다. 기술을 쓰고 나서도 적이 살아 있을 수 있고, 사용자는 그다음 선택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싸움은 계속되는데 자신의 차례만 영원히 끝날 수 있다.
만화 〈나루토〉의 마이트 가이도 평소의 한계를 풀어 버린다. 팔문둔갑은 몸의 힘을 제한하는 ‘문’을 차례로 여는 기술이다. 여덟 번째인 마지막 문까지 열면 사용자는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가이가 마지막 문을 열기로 하는 순간, 독자는 새 필살기의 이름보다 이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을지를 먼저 걱정하게 된다.
상대는 마다라다. 가이가 일곱 번째 문을 열고 펼친 공격으로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오래 단련한 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쌓은 힘으로도 넘기 어려운 상대가 눈앞에 있다. 마지막 문은 수련을 건너뛰는 편법이라기보다 수련해 온 몸 전체를 한 번의 전투에 내놓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 선택 앞에 아버지 마이트 다이의 기억이 겹친다. 다이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같은 기술을 사용했다. 가이가 물려받은 것은 더 센 공격의 비밀만이 아니다. 어떤 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걸 것인가 하는 판단도 함께 전해졌다. 그래서 붉은 증기가 피어오르는 몸은 혼자 강해진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자신을 살아남게 했던 선택에 대한 응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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