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도 여친〉의 나오야는 이미 사키와 사귀고 있다. 그런데 나기사가 마음을 고백하자 그 고백도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그는 두 사람을 몰래 만나는 대신 사키에게 둘과 동시에 사귀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출판사의 첫 권 소개부터 이 난감한 요청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내세운다.
보통 이런 장면 뒤에는 비밀이 생기거나 한 사람을 선택하는 갈등이 이어진다. 나오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해 버린다. 숨기는 일이 줄었다고 문제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제 사키는 알고도 이 관계에 들어갈지 판단해야 하고, 나기사는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이 어떤 생활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여러 상대와의 연애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인물을 TV Tropes에서는 Harem Seeker라고 부른다. 여러 사람이 우연히 좋아하게 된 인물과는 차이가 있다. 관계를 바라는 당사자가 많아질수록 질문도 달라진다. 누가 가장 사랑받을 것인가뿐 아니라, 각자의 마음을 한 관계 안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나오야의 부탁은 극단적으로 솔직해서 우습다. 자신이 얼마나 무리한 말을 하는지 아는 듯하면서도 두 마음을 모두 지키고 싶다고 밀어붙인다. 주변 인물들은 그 열의를 보고 놀라거나 화를 낸다. 여기서 웃음은 단순히 ‘인기가 많아서 좋겠다’는 부러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말한 사람이 이제 그 말을 감당해야 한다는 데서도 나온다.
한 사람에게 좋은 연인이라는 사실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좋은 연인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함께할 시간과 관심은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나누어야 한다. 어느 약속을 먼저 지킬지, 누구의 불편을 어느 정도 알아차릴지 같은 문제가 생긴다. 선언이 아무리 거창해도 다음 장면에서는 식사와 외출, 공부와 동거의 사소한 조정으로 내려온다.
이런 이야기에서 상대가 단지 승낙하는 사람으로만 남으면 갈등이 얇아진다. 무엇을 받아들였고 무엇에는 동의하지 않는지 드러나야 관계가 움직인다. 한 번의 승낙으로 이후의 모든 서운함을 없애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키와 나기사의 반응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나오야의 소망보다 더 많은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희극의 과장을 현실의 모범답안처럼 읽을 필요는 없다. 무리한 부탁과 과도한 성실함이 맞부딪치는 모습 자체가 웃음의 대상이다. 다만 무엇이 과장되었는지를 알면, 인물이 진지할수록 왜 장면이 더 우스워지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너를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100명의 그녀〉는 제목에서부터 규모를 크게 잡는다. 렌타로는 여러 운명의 상대를 만나며 누구도 불행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한 사람을 고르는 결말을 오래 미루는 대신, 모두를 사랑하겠다는 선택을 이야기의 전제로 삼는다. 영문판 출판사의 소개 역시 거듭 고백을 거절당하던 주인공이 수많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반전을 강조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